[사설] 국민연금 ‘폭탄돌리기’, 개혁 포기 아닌가

입력 2018-1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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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1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원칙이나 우선순위,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려운 방안들만 나열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국회 논의에 넘겼다. 이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폭탄 돌리기’로 앞으로 갈등만 키울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모두 4개 안인데,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2028년 40%)을 현행대로 두면서 기초연금을 올리는 것과, 보험료를 조금 더 내고(보험료율 12∼13% 인상) 연금도 더 받는(소득대체율 45∼50% 인상) 내용으로 요약된다. 또 국민들의 불신을 감안해 정부가 지급보장을 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연금 고갈 시기가 연금재정계산에서 예측된 2057년 그대로이거나 겨우 5∼6년 늘어날 뿐이다. 재정 안정을 위한 개혁의 본질은 사라졌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8월 제시한 권고안보다도 많이 후퇴했다. 제도발전위는 보험료율 인상(9%→13.5%)과 가입기간 연장(60세→65세), 수령 시기 상향(65세→67세) 등의 점진적인 추진을 주장했다. 최소한의 재정 안정을 위해 2088년까지 기금적립배율을 1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그러나 복지부 개편안은 보험료 증가 없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밀려 이 원칙마저 무시됐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이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연금받을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보험료를 낼 젊은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다. 경제성장률도 추락하면서 재정 확충 기반이 약화하고, 기금운용 수익률마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연금을 더 주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현행 소득대체율을 유지한다 해도 보험료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걷지 않고는 기금의 부실화 속도만 더 빨라지게 돼 있다.

물론 연금 개편은 지난(至難)한 과제다. 보험료를 덜 내고 연금을 더 받는 방법은 없고, 수령 시기가 늦어지는 제도 개혁을 쉽게 받아들일 가입자도 없다. 그럼에도 연금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춰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이 내지 않으면 지금보다 적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론의 반대가 두려워 재정안정성은 도외시하고 이도 저도 아닌 미봉책을 내놓았다. 사실상 개혁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연금 개혁은 또다시 표류할 공산이 크다. 더 줄 것만 요구하는 노동계의 입김이 센 경사노위나,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의 합리적인 논의는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누가 인기 없는 개혁에 앞장서겠는가. 결단을 내리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정부는 무책임하다. 결국 미래 세대의 고통과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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