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웅열 회장이 박수받는 이유

입력 2018-12-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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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부장

연말이 되니 굵직한 기업들이 연이어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 중 단연 화제는 지난달 29일 전격 발표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퇴진이다. 외부의 압력 없이, 사회적 물의를 빚지 않은 재벌 총수가 스스로 퇴진한 것은 재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그랬지만, 그는 정치를 했다. 이웅열 회장의 자진 퇴임은 오너 경영인이 맞느냐, 전문 경영인이 옳으냐, 그리고 소위 ‘금수저’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사회고위층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는 무엇이냐, 나아가 한국 지형에 맞는 경영인은 어떤 모습이냐는 등 재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선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전문 경영인과 오너 경영인 사이의 구분이 허물어지는 현상, 혹은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해 그 중간 어디를 찾으려고 하는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대다수 선진국은 전문 경영인 위주의 기업 지배구조가 자리를 잡고 있다.

9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회장이자 창립자인 마윈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중국 시장 1위, 시가총액 4000억 달러가 넘는 굴지의 기업 회장이 왜 갑자기 은퇴했을까. 정치적 압력설 등 온갖 추측이 나왔지만 그의 답은 ‘자신의 한계’였다.

그는 은퇴 연설에서 “회사는 몇 명의 창시자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다”고 고백했다. 마윈 회장은 “그 어떤 사람도 기업과 102년을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상을 더 놀라게 했던 것은 그가 지목한 후계자 때문이다.

마윈 회장의 선택을 받은 사람은 그의 자식도 아니요, 그 어떤 연고도 없는 현재의 최고경영자인 장융이다. 마윈이 세상에 던진 리더십의 메시지는 ‘파트너십’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는 ‘원팀(one team)’의 개념인데, 복잡한 환경 속에서 기업이 살아가려면 혼자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대 회장 때부터의 일이지만, GS의 경영 승계 방식도 한국형 CEO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연말 인사에서 GS칼텍스 대표이사가 된 허세홍 전 GS글로벌 사장은 ‘모범생 재벌 4세’로 유명하다. 금수저 출신이지만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GS그룹과 전혀 상관이 없는 오사카전기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금융회사인 뱅커스트러스트 한국지사에서 파생상품을 다뤘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에야 미국의 대형 정유사인 셰브런에서 일한다. 싱가포르지사에선 글로벌 원유 공급 거래를 담당했고, 미국 본사에선 리치먼드 정유공장의 원유 수급을 맡았다.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에서도 부법인장으로 시작했고, 국내에 복귀해서도 GS칼텍스 여수 공장장으로 시작했다. 석유화학사업본부 부사장 등 처음부터 책임자가 된 적이 없다. 블라인드 공채를 해도 경험과 스펙, 능력 어떤 것으로도 전문경영인에 뒤질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허 사장은 금수저이기 때문에 더 고생을 한 경우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 이분법적 사고의 붕괴는 크게 보면 4차 산업혁명과 맞닿아 있다. 이런 면에서 이웅열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나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고백한 것은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대목이다.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은 이미 신호탄을 쏘았다. 다보스는 인구절벽과 세대교체, 저성장기 사람관리, 노동규제 변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과 인사제도의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와 융복합이 키워드인데, 이는 기업 전체의 구조와 인사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마이크로소프트, GE, AIG는 강제순위제도를 폐지했다. 역시 핵심은 원팀 혹은 파트너십으로 요약되는데, 인사고과의 순위제도가 융복합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히 없애 버린 것이다.

전문 경영인이냐, 오너 경영인이냐 정답은 없어 보인다. 다만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은 인사에도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웅열 회장은 한국 재계의 이단아요, 혁명가이다.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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