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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연초대왕’, ‘오렌지왕’ 추스젠

84세에 완전 재기한 현대판 ‘강태공’

추스젠(楮時健)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중국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현대 중국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이름에는 ‘왕(王)’이라는 호칭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따라다닌다. 바로 ‘연초(煙草)대왕’과 ‘중국의 오렌지왕’이라는 두 개의 왕의 칭호가 그에게 붙어 있다.

 공무원 거쳐 기업인 된 빈농의 아들

 그는 1928년 윈난성(雲南省)의 가난한 농민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9년 스물한 살 때 윈난성 유격대로 활동했으며, 1952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하였다. 그 뒤 잠깐 윈난성의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도 전국적으로 휘몰아친 문화대혁명의 사나운 폭풍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1959년 우파로 몰려 부인, 그리고 외동딸과 함께 노동개조형에 처해져 이른바 하방(下放)으로 시골의 농장으로 보내졌다.

 1979년 개혁개방이 되자 그는 윈난성의 위시(玉溪)라는 조그만 도시에 있는 연초공장, 즉 담배생산 공장의 공장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말이 공장이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시골의 허름한 영세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모든 힘을 다해 분투노력했다. 18년이 지나 그가 이끄는 연초공장은 중국 연초업계에서 가장 큰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아시아에서도 최대 규모의 연초공장이었다. 당시 그가 만들어낸 담배, 즉 훙타산(紅塔山) 담배는 전국적으로도 유명상표가 되었다.

 추스젠은 1990년 전국 우수기업가로 선정되었고, 이어 1994년에는 ‘전국 10대 개혁풍운(風雲)인물’로 뽑혔다. 그가 일궈낸 ‘훙타(紅塔) 제국’은 윈난성 지방정부 재정을 떠받치는 주춧돌이었고, 국가로 하여금 무려 991억 위안(元)의 수입을 얻도록 만들었다. 훙타산 담배의 상품가치는 400억 위안에 이르렀다. 세금을 비롯해 그가 국가에 공헌한 이익은 최소한 1400억 위안으로 평가되었다.

 이제 그는 ‘연초대왕’으로 칭해졌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말은 곧 윈난성 연초업계의 법이 되고 명령이 되었다. 훙타산그룹의 총자산은 332억 위안이었고, 그는 당시 중국에서 가장 크게 성공을 거둔 국영 기업가였다. 연초산업에 종사한 18년의 뛰어난 공적으로 그는 연초업계의 대부로 추앙받았다.

 

▲추스젠은 시련과 고난을 딛고 중국의 대표적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그는 목숨을 건 듯 땅에 땀을 흘렸고, 땅은 그 땀을 보람으로 갚아주었다.
▲추스젠은 시련과 고난을 딛고 중국의 대표적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그는 목숨을 건 듯 땅에 땀을 흘렸고, 땅은 그 땀을 보람으로 갚아주었다.

 자신은 무기징역형, 딸은 옥중자살

 항룡유회(亢龍有悔), 하지만 솟아오른 용은 후회하는 법이었다.

 당시의 경직된 체제적 요인으로 인하여 기업의 거대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개인으로서의 그에게 주어지는 소득은 거의 없었다. 기업은 엄청나게 성공했지만 개인은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는 그 격차는 필연적으로 심리적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감독 시스템도 완전히 부재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1995년 2월, 자금은닉과 수뢰죄로 체포되었고, 처와 외동딸 역시 같은 죄로 수감되었다. 그렇게 가장 빛나고 찬란했던 바로 그때, 그는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심연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듬해의 추석날은 그의 일생 중 가장 비극적인 하루였다. 바로 자신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던 외동딸이 수감되어 있던 뤄양(洛陽)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그리고 1999년 그는 174만 달러의 자금을 은닉하고 횡령한 죄로 무기징역형과 종신 정치권리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일흔한 살의 노인에게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의 나날이 이어졌다.

 그 뒤 17년 징역으로 감형을 받았지만, 감옥에서 심각한 당뇨병으로 몇 번이나 혼절하였다. 그리고 2002년 설날에 당뇨병 악화로 병보석이 허가되어 석방되었다. 그러나 주거는 집 근처로 제한되었다. 이후 거의 1년 동안을 누워 지내야 했다.

 

 여든 살에 다시 신화를 창조해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반드시 다시 일어서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그는 자기가 살고 있던 주변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오렌지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이미 일흔네 살이었다. 자신이 일궈낸 연초업의 성공이 그의 능력과 노력이 아니라 대부분 정부 정책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는 주위의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증명해 내기 위해 굳이 연초업 대신 오렌지 재배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우선 친구들에게서 1000만 위안을 빌려 황무지 산에 일군 밭에 35만 그루의 오렌지나무를 심었다. 그러면서 반드시 수입 오렌지보다 품질이 좋은 오렌지를 생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밤낮없이 농사기술 서적을 탐독하고 현대적인 공업 기술을 응용하였으며, 농장 보고문학 서적까지 구해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축적해 발전시켰다.

 여기에 과거 연초업 종사 경험을 토대로 한 경영 방식을 접목했다. 자신의 농장 농민들에게 성과급제를 적용하여 임무를 성공하면 반드시 성과금을 지급하고 연말 보너스를 주는 등 도시에 나가 일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했다.

 10년여에 걸친 피나는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거뒀다. 2012년 오렌지를 재배한 지 10년째 되던 이 해에 ‘추씨의 오렌지’라는 의미의 ‘추청(楮橙)’이라는 상표를 붙이고 베이징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이때 84세였다. 품질이 우수했던 그의 오렌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고, 사려고 해도 살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동이 나곤 했다. 2014년 매출은 1억 위안, 순수익만도 7000만 위안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중국의 오렌지왕”이라 불렀고, 그가 생산한 오렌지는 “분발하여 모든 힘을 쏟아부은 오렌지, 리즈청(勵志橙)”이라고 칭해졌다.

 이렇게 추스젠은 여든 살이 넘어 다시 신화를 창조해냈다. 그는 실로 현대판 강태공(姜太公)이었다. 세상에 나아갈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강가에 나가 낚시로 소일하면서 가난하게 살다가 80세에 비로소 주(周)나라 문왕(文王)을 만나 마침내 뜻을 펼칠 수 있었던 ‘궁팔십 달팔십(窮八十 達八十)’의 강태공이 현세에 다시 살아난 듯한 인물이라 할 것이다.

 그는 2014년 인민일보가 주관하는 제9회 인민기업 사회책임상 특별 존경인물상을 수여받았다.

 

 “고난은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것”

▲추스젠의 평전.
▲추스젠의 평전.
 “나의 삶은 몇 번 크게 일어나 크게 몰락했다. 후회한다든가 후회가 없다든가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에게 굳이 내 삶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도 없다. 사람이란 자신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가 스스로 넘어지려고 생각하지 않기만 한다면, 결코 다른 사람이 나를 넘어뜨릴 수 없다.”

 특별하게 파란이 많았고 굴곡졌던 자신의 삶에 대한 그의 회고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이란 고난을 견뎌야 할 뿐 아니라 나아가 고난을 이겨낼 힘을 가져야 한다”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과연 묘비에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가라고. 그러자 그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대답했다.

 “추스젠, 소띠(楮時健, 屬牛). 이렇게 다섯 글자면 족하다.”

 원래 소띠인 자신이 소처럼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했으며, 평생 땅과 함께 살고 결코 땅으로부터 멀어진 삶을 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기가 살아온 일생에 대한 요약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한 자부심이 오롯이 담겨 있다.

소준섭 국회도서관 조사관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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