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입력 2018-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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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가 우리나라가 갈 길이라고 제시하고 이를 위한 전략으로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경기 둔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가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으로 발전한 나라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포용국가 목표는 양극화가 극도로 악화해 성장잠재력 하락과 사회불안을 동시에 유발해 나라 발전이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시한 포용경제는 현재의 경제정책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주력 산업이 무너져 고용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는 산업 발전이 없으면 허상이다. 먹거리가 없는 상태에서 포용국가를 표방하여 재정정책을 강화할 경우 나라가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가 아니라 “함께 못사는 갈등국가”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산업발전의 근간인 제조업이 이미 와해 위기에 처했다. 조선, 해운, 자동차가 연이어 추락하고 경제의 최후 보루인 반도체도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되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부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은 1년 전보다 각각 6.7%, 14.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451만4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만6000명 줄었다. 더욱이 경제의 저변을 받치고 있는 자영업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3040세대 영세 자영업자가 지난 1년 동안 12만4000명 감소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포용경제를 실현할 수 있나?

더욱 큰 문제는 정부 예산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 투입은 모래밭에 물 붓기로 끝난다. 경제는 생산과 고용을 담당하는 공급부문과 소비와 투자를 담당하는 수요부문으로 나뉜다. 당연히 양 부문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우리 경제의 경우 산업발전이 중단 위기에 처해 공급부문이 붕괴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정부 예산을 늘려서 경제를 일으키려 해도 근본적인 회생이 어렵다. 우리 경제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기업을 일으켜 공급부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다음 재정 운영을 통해 수요를 활성화해야 비로소 경제가 올바르게 일어선다.

경제를 실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청와대의 경제 인식이다. 현재 상황은 경제위기가 아니며 내년이면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실과 너무 다르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54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일자리를 만드는 데 썼다. 저소득층, 청년, 여성 등을 위한 일자리 지원은 물론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금 지원 등 7차례에 걸쳐 일자리 대책을 내놨으나 결과는 고용률이 작년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지고 실업자가 106만5000명에 이르는 등 양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이다.

정부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2.4% 늘려 23조5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또 다른 예산 낭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시정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부 경제정책의 역주행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정부의 경제 현실 인식과 정책 기조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경제팀의 교체를 서둘러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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