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함께하는 시간]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하며

입력 2018-10-0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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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짜미’ 소식에 무척이나 긴장하며 며칠을 보내다가 일기예보를 보며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여름 비슷한 소식으로 일터에서 밤을 새우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다행히도 두 번 모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조용히 물러가 주었지만, 마음을 졸이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추석이 지나자마자 찬 기운이 역력합니다. 두꺼운 겉옷을 입어야 할까, 아침 출근 준비에 좀 망설이게 됩니다. 수십 년 만의 뜨거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터에 도착해 보니 뜨거웠던 여름에 지친 몸을 하고, 똑같이 고민하는 또 다른 생명체들이 나를 맞이합니다. ‘이제 겨울옷으로 갈아입어야 할까’, ‘긴 잠 잘 준비를 해야 할까’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봄을 시작할 때 봄날을 느끼기도 전에 봄을 알려주었듯이, 곧 다가올 겨울도 식물은 먼저 계절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식물은 조용하지만 열정적으로 그들의 ‘삶’을 살아갑니다.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열정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 식물원입니다. 시간의 변화와 생명의 에너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매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식물을 공부하는 나에게 큰 축복으로 느껴집니다. 식물 전문가가 아니어도 조금만 일상의 발걸음을 바꾸면 이런 축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식물원을 생각하면 먼저 화려한 꽃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식물원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은 아름다운 꽃이 전부는 아닙니다. ‘식물을 매개로 한 문화센터’, 즉 ‘식물문화센터’가 식물원을 짧은 몇 마디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식물과학을 바탕으로 정서적·교육적·문화적 가치를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원은 그 경험을 많은 분들께 전해 드리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첫 번째, 식물원은 식물과학을 바탕으로 존재합니다. 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전, 전시하며 식물 자원을 발굴,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멸종위기 식물 보전이 식물원에 주어진 대표적인 임무입니다.

두 번째, 교육적 가치를 전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물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식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체험이 이루어지는 장입니다.

세 번째, 전시·축제 및 힐링의 장소로서 문화적·정서적 가치를 경험하게 해 드립니다. 식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와 축제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물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식물원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식물원을 산책하면서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 보거나 아름다운 꽃과 계절에 따라 변해 가는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고, 식물원 안에 있는 카페에 앉아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집에 돌아갈 때는 창가나 책상에 놓을 자그마한 화분 하나를 들고 가는 것도 잔잔한 일상의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0월의 식물원은 봄 못지않게 다채롭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하는 잎들이 장엄하게 마지막 열기를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조용하지만 뜨거운 그들의 삶의 열정을 일상으로 경험하는 행복을 많은 분이 함께하시길 기원해봅니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식물의 세계를 경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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