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J노믹스 미세조정으론 안된다

입력 2018-09-17 14:40 수정 2018-09-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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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부장

깜짝 놀랐다. 며칠 전에 만난 친구이자 사모펀드 대표의 말 때문이다. 20년 넘게 만났지만, 사석에선 단 한 번도 경제 정책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다. 기업에 투자해서 이윤을 올리는 이들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일에는 관심이 없는 이들이다. 더 놀란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의 사모펀드와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연결고리가 처음부터 떠오르진 않는다.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때문에 죽게 생겼어. 그러면 우리도 힘들지.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우리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가 없어서 투자금 회수를 고민해야 해.”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반신반의했다. 굳이 청와대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명목 국내총생산(GDP)만 따져도 IMF 기준으로 약 1조7000억 달러인데, 고작 8350원(2019년 기준)의 최저임금이 큰 타격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있다.

“여러 가지로 따져봤는데, 지금은 청산하는 게 더 좋은 상황이야. 땅값이 올라서 공장 부지가 돈이 되거든. 영업은 적자이고. 그러면 기업을 청산해야 하는 게 맞는 거지.”

최저임금이라는 한 정책이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을 회수하는 일로까지 번져 나가는 걸까.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동성 경색인가. 이건 ‘쇼크’가 된다. 자본시장은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번 터지면 쏠리기 마련이다.

최근에 만난 또 다른 사모펀드 대표에게 경기를 물었다. 정부는 괜찮다고 하는데, 진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매크로 경기에 충격이 오기 전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게 높은 금리로 돈 구하는 중소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대부업이 활개를 친 것과 같은 건데, 나에게 10% 넘는 이자를 제시하며 돈 빌려 달라는 작은 기업들이 많아졌어. 나처럼 돈 굴리는 사람은 좋긴 한데….”

기업이 어려워지면 돈이 궁해진다. 높은 이자를 주고라도 일단 기업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 빈 곳간을 사채를 써서라도 채워야 한다. 자본시장 전문가의 의견을 묵살해도 좋다. 일부의 우려라고 치부해도 좋다. 또 때로 입맛대로 이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불리한 의견은 쏙쏙 빼고 유리한 전망만 모아서 보도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진실게임 논란을 할 때는 아닌 거 같다.

서민 생활을 대변하는 숫자가 경기가 좋지 않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곧잘 등장하는 자본시장의 지표는 보험 해약자 수와 카드론이다. 생활이 어려워지면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보험을 깨고, 눈물을 머금고 엄청난 고금리에도 카드론을 쓴다.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보험해약 지급금은 12조9000억 원인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나 늘어난 수치다. 실질 금리 20%에 육박하는 카드론은 올 상반기에만 21조 원에 달했다. 조합해 보면 8월에 최악의 고용 쇼크가 온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일본과 독일, 미국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것은 이들은 이 정책이 ‘분배 정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마치 저소득자의 소득을 늘려 전체 소득을 주도하는 정책인 것처럼 추진하다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된 것이다. 분배 정책을 하려면 그걸 경제가 버틸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왜 이곳저곳에서 ‘악소리’가 나는지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기업과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은, 일종의 대부업자인 사모펀드가 되레 기업을 걱정하기 시작하면 그건 진짜 갈 데까지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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