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부추기는 세력 누구?

입력 2018-09-12 06:00 수정 2018-09-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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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정책에 맞서다간 파국 초래할지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모르겠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 주택시장은 통제 불능 상태다.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 카드를 꺼내들고 제어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다.

그렇다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집값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자꾸 더 센 처방전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에는 보유세 인상에다 대출 제한·구매 수요 억제와 같은 규제책과 함께 공급 확대 방안까지 곁들인 시장 안정화 종합세트를 내놓을 모양이다. 역대 최대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가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마저 효과를 못 보면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거다.

집값이 부풀 대로 부풀어졌다가 저절로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물론 사회주의적 성향의 정책을 펴면 시장은 진정될 수도 있다. 집을 살 때 허가를 받도록 한다든가, 집을 한 채 이상 못 갖게 하는 것 등의 규제 말이다.

이것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다. 사유 재산권· 거주이전 제한이라는 거센 비판을 막아낼 재간이 없어서다. 그만큼 집값 문제는 어려운 사안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관련 업계와 이와 연관이 있는 전문가들은 요즘 집값 파동의 주범을 공급 부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공급이 넘치면 주택시장은 분명히 안정될 게다. 안정 차원을 넘어 집값 폭락 사태가 벌어질지 모다.

그러나 서울에다 무한정으로 집을 건설하기란 불가능하다. 공산품처럼 마음대로 찍어낼 수가 없지 않은가.

더욱 중요한 것은 주택이 남아돌아도 모두 집을 구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 전체 가구에서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숫자인 이른바 자가 점유 비율 통계를 봐도 그렇다.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었는데도 2015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 자가 점유 비율은 56.8%이고 서울은 42.1%에 불과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48.9%로 총 가구의 절반 이상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산다는 것이다.

전 국민에게 공짜로 집을 한 채씩 나눠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다 자기 집을 갖기 어렵다는 말이다. 돈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굳이 자가를 소유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집값 해결 방안으로 공급이 우선 과제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실 집이 부족하다는 서울만 해도 최근 몇 년 간 인·허가가 난 주택 물량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인기지역 아파트만 좀 수급이 안 맞을 뿐 나머지는 남아도는 형국이다. 강남 한복판에도 비어있는 원룸이나 빌라가 적지 않다.

이런 판에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누군가가 바람을 넣지 않고는 이런 급등세를 보이기 어렵다.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저절로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의 집값 파동은 무분별한 개발 붐이나 투자자를 몰고 다니는 투기세력, 재테크 강의 등을 통해 구매 수요를 유발하는 집단, 중개업자를 비롯한 수많은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 엄청난 유동자금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직·간접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탓이다.

부동산 관련 TV를 봐도 온통 집을 사라는 얘기가 주류다. 이곳은 이런 이유 때문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고, 저곳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는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자기 사무실이나 강의장을 방문할 것을 권하는 방식으로 수요자를 만든다.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는 소수의 구매 수요만으로도 집값을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 수급이 안정됐다는 것은 매물과 구매 수요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매물이 없는 상태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 2~3명만 나타나도 가격은 반등할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이 구매 수요를 자꾸 만들어 내고 있으니 집값이 안 오를 수가 없다. 게다가 지방 주택시장 침체로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외지인까지 몰려와 수급 균형이 깨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다들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심리가 팽배해서다. 부동산 관련 업종 종사자나 전문가들이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몰아가는 측면도 강하다.

주택시장이 화두가 될 때 늘 그랬듯이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다퉈 집값 잡기 의견을 내놓는다.

저마다 자기 직종에 유리한 쪽으로 논리를 전개하다 보니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주택업체나 개발업체는 규제를 왕창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건설업종 주가 관리를 위한 측면이 역력하다. 학계 쪽은 현장과 괴리된 이론적인 얘기로 혼란을 주고 있는가 하면 부동산컨설팅 관계자들은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기자들은 이런 내막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들 주장을 받아 적기에 바쁘다.

은행의 고객 부동산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사람은 10년이 넘도록 TV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 코멘트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대부분 하나 마나 한 내용이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값이 선뜻 잡히지 않을 듯싶다.

여러 집단들이 자꾸 집값을 부채질하고 있어서 그렇다. 자기들의 사업 활성화에만 관심이 있지 집값 폭등에 따른 후유증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먼저 시장 밑바닥의 구조적인 문제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그곳을 살피면 분명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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