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호의 고미술을 찾아서] 백제관음상은 돌아올 수 있을까

입력 2018-09-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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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평론가, 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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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제관음보살상 한 점이 일본에서 공개되었다. 1907년 부여 규암리에서 수습되어 일본인 손에 들어간 후 행방이 묘연했던 것인데, 실견(實見)한 사람들 입에서 백제 최고의 불상조각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면서 어떻게든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로 유출된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높다. 유출 과정에서부터 미학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도 넓은 편이다. 그러나 결국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힌다.

사정은 어떤가? 대표적인 환수 성과로 꼽히는 외규장각 자료는 프랑스로부터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임대 형식으로 돌려받았고, 일본 왕실도서관 자료도 일본정부가 ‘인도’하는 형식으로 돌려받았다.

당시 조건 없는 완전한 환수가 아닌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고 그 정서는 지금도 그대로다.

또 불법으로 유출되었건 적법하게 나갔든 간에 무조건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국력이 약했을 때 빼앗겼다고 보는 피해의식도 작용하는 것 같다.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문제의 실상을 이성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문화유산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것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당연히 세계 주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가서 보듯 그들도 와서 본다. 문화유산은 탄생지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세계의 지성들은 이에 동의한다.

2009년 9월, 국립중앙박물관이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를 소장처인 일본 덴리(天理)대학으로부터 잠깐 빌려와 전시한 적이 있다. 당시 관람객이 운집하고 환수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불안(?)을 느낀 덴리대가 “다시는 한국에서의 대여 전시는 없을 것”이라는 말로 우리 가슴에 못을 박았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업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결코 그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어찌 나뿐일까?

아무튼 유출된 문화유산의 환수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문제라도 제기하려면 유출의 불법성과 경로 정도는 밝혀야 하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상대가 있는 현실의 벽은 더 높고 견고하다. 외규장각 자료의 경우 병인양요(1866) 때 약탈된 기록이 엄존함에도 완전한 환수가 아닌 영구임대 형식의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불법으로 유출된 것이 이러한데, 기록이 없거나 정황만 있는 유산의 환수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直指心經)은 환수는커녕 국내 전시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데라우치(寺內)문고의 한국 관련 자료가 경남대로,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 소장되어 있던 겸재 정선의 화첩이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것처럼 민간 채널을 통할 경우 그 성과는 기대 이상일 수 있다.

또 다행스러운 것은 유출된 문화유산의 절대 다수가 민간 수중에 있으며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품일수록 언젠가는 시장에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에 공개된 백제관음보살상도 원소장자가 절대 세상에 공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지만 그런 유언일수록 지켜지지 않는 곳이 미술계이다.

인터넷 정보화시대, 시장정보 비용은 저렴하고 거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시장은 기회의 장이다. 혹여 비용을 걱정할지 모르나 우리 경제력은 충분하다. 불법으로 유출된 것을 많은 돈 들여 사온다고 억울해 해서도 안 된다. 그건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현실일 뿐이다.

백제관음보살상과 관련해서도 걱정이 많다. 국내에 들어온다는 확정적인 기사에다 거래가격이 얼마니 하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보도는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환수작업이 잘 진행되어 그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를 이 땅에서 맘 편하게 볼 수 있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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