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증시 데뷔 굴욕...중국 테크 붐 실체 드러내

입력 2018-07-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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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상장 첫날 주가, 공모가 밑돌아...중국 테크 붐 실체 반영 -미중 무역전쟁 영향에다 향후 비전 공유도 실패 -장 막판 낙폭 만회도 중국 국유기업 투자 참여 덕분 -수개월내 IPO 앞둔 3대 스타트업도 같은 운명 점쳐져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증시 상장 첫날 주가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중국의 테크 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조만간 IPO를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중국 스타트업 디디추싱, 앤트파이낸셜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샤오미의 시초가는 공모가 17홍콩달러(약 2400원)보다 2.35% 낮은 16.6홍콩달러였다. 장중 한때 주가는 5% 넘게 떨어지다가 결국 1.18% 하락한 16.78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홍콩 증시가 1% 넘게 오르는 등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걸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샤오미는 설립된 지 겨우 8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규모로 급성장해 현재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PC, TV, 밥솥 같은 가전제품도 생산하는 종합 가전 메이커로 명성을 떨쳤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홍콩거래소에서 가진 상장 기념식에서 “앞으로도 세계와 소비자를 놀라게 할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상장으로 샤오미는 48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IPO 시장의 대어 중 하나로 기록됐다. 그러나 당초 샤오미의 IPO 규모가 1000억 달러로 평가된 점을 감안하면 그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샤오미가 워낙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았던 데다, 중국 IT 기업들은 미중 무역 마찰의 영향을 받기 쉬운 여건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중국 IT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처럼 풍부한 자금과 행운 등 테크 붐을 누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미·중 간 무역 전쟁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레이쥔 회장도 상장 기념식에서 양국 간 무역전쟁의 영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NYT는 샤오미 상장 몇 주 전부터 전조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저가의 스마트폰과 디바이스들을 판매하는 샤오미의 전망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샤오미가 상장을 앞두고 수 개월 간 진행한 로드쇼가 발단이었다. 샤오미는 잠재적 투자자들을 상대로 로드쇼를 진행했는데, 거기에서 이미지 쇄신에 실패했다는 것.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판매해 큰 수익을 올리겠다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샤오미를 인터넷 회사가 아닌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인터넷 서비스 부문은 작년 회사 수익의 9% 미만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NYT에 “샤오미는 자사를 인터넷 회사로 불렀지만 엄밀히 따지면 순수한 인터넷 회사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이 그 말을 듣고 주식을 사진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샤오미가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 글로벌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샤오미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 밖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저가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도 의존도가 높다. 이는 장기적으로 일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현지 이동통신사들과 제휴를 맺는 데 실패해 철수한 전력이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건 이날 샤오미의 주가를 부양한 건 중국 주요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머천트뱅크그룹 같은 중국 국유기업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수 개월 내 IPO를 계획한 다른 중국 스타트업들도 샤오미와 운명을 같이 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NYT에 따르면 배차 앱 서비스업체 디디추싱과 알리바바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 배달 앱 서비스 메이투안 디안핑이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샤오미처럼 홍콩으로 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중국 정부의 기술 패권 야욕 때문이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지만, 중국 정부는 유수의 중국 IT 기업들을 자국 본토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홍콩거래소 장벽을 높이는 반면, 본토 증시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여기다 얼마 전에는 150년 전통의 국유기업 차이나머천트그룹을 앞세워 150억 달러 규모의 기술투자 펀드를 이달 안에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의 아성을 흔드는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로벌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지분 참여로 IT 기업에 대한 물밑 간섭이 커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은 점점 사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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