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남북 경협 농업이 중요”…北 농경지 양분 취약, 남한이 지원 가능

입력 2018-06-29 10:28 수정 2018-06-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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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스마트팜, 혁신성장 과제로 대기업과 협력모델 만들어야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영화 리틀포레스트, TV 예능 ‘효리네 민박’ 등을 통해 귀농·귀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농업·농촌은 힘들고 할 게 없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유출로 인한 지역 소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자체, 민간단체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영화 리틀포레스트, TV 예능 ‘효리네 민박’ 등을 통해 귀농·귀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농업·농촌은 힘들고 할 게 없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유출로 인한 지역 소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자체, 민간단체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첫 남북 교류 사업으로 산림 분야 협력이 추진되고 있지만 농업이 더 중요하다. 북한은 농경지 양분이 취약하지만, 남한은 남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다.” 김창길(57)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나주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올해 4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신한반도 농업협력 연구단’을 새로 설치하고 농림축산 분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큰 협력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 방향에 관해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개원 40년…구조개선 연구 집중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농촌 분야 유일의 국책 연구기관이다. 1978년 설립해 올해 4월 1일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김 원장은 “연구원은 그동안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성장 속에서도 농정 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소개했다. 연구원이 걸어온 40년에는 우리나라 농림수산 정책의 변천 과정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개원 당시 1980년대 초 막 식량 자급을 달성했을 때는 상업농 시대에 걸맞은 정책 전환을 위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농어촌 분야 정책 수립을 지원했으며, 1990년대 들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타결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시장 개방에 대응한 농업구조 개선에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농촌 경제의 회생을 위한 농정 개혁과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2000년대 들어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소비자 지향의 농식품 산업, 국민과 함께하는 농어촌 지역개발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2010년 이후에는 농업을 2, 3차 산업과 융복합화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 연구를 수행했으며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뉴노멀 시대 진입, 감성 사회로의 전환 등에 대응해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해 54개 고유연구사업을 포함한 총 164개의 연구사업을 수행했다”며 “농업직불제 개편, 쌀 수급 안정, 농촌 일자리 창출, AI 등 가축 질병 대응, 농산물 수출 확대 등 주요 농정 현안에 대한 정책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의 원활한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농업재해보험,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사회적 경제, 지방분권화,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추가로 수행해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촌 조성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MB 정부 이후 10여년 北 연구 단절

최근 연구원은 여기에 더해 농업 분야에서 남북경협을 모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은 남북 간의 지난 합의 사항 중 농업 부문에 해당되는 것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또 동북아 정치경제 질서와 남북 관계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 다시 말하면 평화 체제에 발맞춰 남북 간의 새로운 농업 협력 구상을 그리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북한이 식량과 관련된 생산성이 낮고 농경지 양분이 취약하다”며 “특히 농사와 관련해 농자재, 비료, 농약 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는 북한의 황폐해진 산림 때문에 이 분야에서 경협이 우선 논의되고 있지만, 농업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신한반도 농업협력 연구단’ 단장을 맡은 김영훈 박사는 20년 넘게 북한을 연구해 왔다. 평양 등을 10여 차례 방문했고, 농업협력단도 금강산 근처에 설치해 북한 식량문제를 연구해 왔다. 다만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한 현장 연구가 단절됐다. 최근에는 북한 식량을 증산하기 위해 기술·제도적인 측면, 필요성, 효과 등에서 실증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 “북한은 농경지 양분이 취약하지만 남한은 화학비료, 가축분뇨 등이 남아돈다”며 “서로 잘하면 북한 농토가 비옥해지는 등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과 등 과일의 경우 농촌진흥청이 북한에서 재배할 수 있도록 강원도 대관령에서 고랭지 연구를 이미 다한 상태”라며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4월 혁신성장 핵심 선도 과제 중 하나인 ‘스마트팜 확산 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발표했다. 스마트팜 확산 방안은 스마트팜 확산·고도화를 위한 주요 정책 과제로 △청년 창업생태계 조성 △산업 인프라 구축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을 제시했다. 쉽게 얘기하면 전국 네 곳에 조성한 혁신밸리 안에 스마트팜 전문가를 양성하는 보육센터와 교육을 수료한 청년에게 임대할 스마트팜, 기업과 농가가 참여하는 스마트팜 실증 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번 대책은 정책 대상을 청년 농업인과 전후방 산업으로 확대하고 교육·연구·산 기능이 집적화된 확산 거점을 조성해 혁신 모델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확산 활동이 이뤄진다면 스마트팜이 생소한 개별 농가 단위 스마트팜 보급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농업인들이 농업의 기업 참여에 대한 우려와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에 마련된 방안이 농가와 기업이 협력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고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부팜한농(현재 LG화학 자회사 팜한농)이 2012년 경기 화성시에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할 유리온실을 지었다가 농림단체의 반대로 사업을 접었고, LG그룹이 2016년 새만금에 스마트팜 사업을 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귀농·귀촌 관심…지속가능성이 중요

김 원장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스마트팜과 관련한 선진 기술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도 “대기업은 수출만 한다든지, 농민이 우려하는 가격 폭락이나 시장 잠식 등에 대한 대책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화 리틀포레스트, TV 예능 ‘효리네 민박’ 등을 통해 귀농·귀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농업·농촌은 힘들고 할 게 없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금을 만들었다. 정착 초기 소득이 불안정해 어려움이 큰 점을 고려해 신규로 유입되는 청년 농가의 경우 일정 기간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월 최대 100만 원(2년 차 90만 원, 3년 차 80만 원)을 3년까지 지원해 일명 ‘청년농업인직불제’로도 불린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200명 대상이던 청년농업인직불제를 400명 추가했다.

김 원장은 “청년 실업 문제의 해결 차원에서도 그렇고, 우리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더욱 과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영농 창업뿐만 아니라 현재 1만8000여 개 농업법인에서 취업해 농업의 6차 산업화와 관련해 농식품 가공·유통·체험·관광 등의 전문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농업 취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 서비스와 관련해 교육·문화, 사회·복지 분야에 많은 일꾼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촌의 3만6000여 마을에 청년들이 영농 분야뿐만 아니라 이런 서비스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농촌의 각종 사회·경제적 조직 즉, 농어촌 공동체 회사,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유출로 인한 지역 소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역시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앞서 언급한 노력과 함께 지자체, 민간단체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창길 원장은 농협의 개혁도 주문했다. 농협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인 가치를 넣자는 운동에 대해 “헌법에 들어가면 농협이 농약도 덜 쓰고, 농촌의 경관도 유지하는 등 농민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농협 의식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호평했다. “2020년까지 농민소득 5000만 원 달성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김 원장은 2016년 6월 7일 14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원장은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연구원을 시작으로 30년 동안 몸담았다. 올해 4월 연구원이 개원한 지 40주년이라는 점에서 연구원의 역사와 연구원으로서의 삶을 함께했다. 김 원장은 1961년 충남 보령 출신으로 성균관대 농학사, 농업경제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 농업경제학 석사를 거쳐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농업환경정책위원회 부의장 및 의장, 국가온실가스통계 관리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중기재정협의회 농림해양분과 위원장, 기상청 기후자문협의회 위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기후변화·식량안보 위원, 한국농식품정책학회 이사, 한국유기농업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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