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분노를 다스려 갑질을 막아라

입력 2018-06-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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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혹한 운명의 주인공이 된 자들의 공통 요인은 화이다.” 갑질 논란으로 패가망신을 하는 리더들을 보며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말을 되새김질하게 된다. 분노 관리는 갑질 예방뿐 아니라 모든 관계의 기본이다.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공감과 배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분노 관리이다.

지적과 갑질의 결정적 차이는 분노 포함 여부에서 갈린다. 분노 절제는 동서고금 사람을 보는 중요 포인트였다. 수천 년간 유대인의 행동양식 지침이 되어온 ‘탈무드’에선 사람의 평가 기준으로 3소, 즉 카소(분노 관리), 키소(금전 관리), 코소(음주습관을 통한 자기 관리)를 제시한다. 분노 관리를 사람됨의 중요 요소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분노 관리는 평화시뿐 아니라 전시에도 유용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노하지 않는다, 적을 잘 이기는 사람은 남과 다투지 않고 남을 잘 부리는 사람은 아래로 처한다. 이것을 싸우지 않는 덕이라고 하고 용인의 힘이라고 말한다”[善戰者不怒 善勝敵者弗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고 했다. 손자 역시 ‘손자병법’에서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급히 일을 처리하면 모욕당하기 쉽다”[忿速可侮]고 말했다.

분노 관리 여부에 따라 리더의 명운이 달라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삼국지연의’의 의리파 장비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불운을 자초했다. 용감한 장수였지만 막사에서 부하 장수인 범강과 장달에게 허무하게 살해됐다.

반면 춘추오패 중 하나인 진문공(晉文公)은 분노 관리로 덕을 쌓았다. 19년간 외국 망명생활을 하다 62세에 군주가 된 그는 온갖 풍상을 겪었다. 망명생활 중 구걸하는 처지가 되었을 때 한 농부가 밥은 고사하고 흙덩이를 던졌다. 진문공은 화를 내기는커녕 절하며 흙 한 덩이를 더 청했다. 흙은 모욕이 아니라 영토를 얻으라는 축복이라는 의미 부여에서다. ‘중국의 세종’ 당태종은 나중에 침전으로 돌아가 분노로 부르르 떨망정 양신(良臣) 위징의 간언을 수용했기에 ‘정관의 치(治)’를 이룰 수 있었다.

공자는 ‘논어’에서 같은 성냄이라도 분(忿), 노(怒), 온(온)의 표현을 달리한다. 화의 성격에 따라 처방도 다르다. 첫째, 분(忿)은 마음[心]이 산산이 부서져[分]내는 행동분출형 화이다. “일시적 분노로 그 재앙이 부모에게 미치게 되면 미혹된 것 아니겠느냐”[一朝之忿 忘其身 以及其親 非惑與, 안연 편]는 표현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한나절 후에도 지금 이 강도로 화를 낼 만큼 대단한 사건인지 자문해보라.

둘째, 노(怒)는 노예[奴]의 마음[心]으로 증오가 이글이글 드러나는 표정형 화에 해당한다. 공자가 수제자 안회의 인품을 평하며 “남에게 화를 옮기지 않았다”[不遷怒. 옹야편]고 한 말에서 나타난다. 상사와의 불편한 갈등과 열세의 상황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화이다. 삭히거나 삼키다가 나중에 화병이 되기 쉽다. 엉뚱한 데서 터져 전이시키기보다 적극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해야 할 옳은 일(right thing)은 무엇일까?’라고 실행사항을 자문해보라.

셋째, 온(온)은 세상이 자신의 실력만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랜 기간 불만이 켜켜로 내재된 화이다. 분(忿)과 노(怒)가 뜨거운 화라면 온(온)은 차가운 화다. 밖으로 분출되기보다 축적돼 스스로를 해친다. 논어 학이편의 “남(세상, 자신을 알아줘야 할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가 그것이다.

자기 표현과 홍보의 사회적 스킬이 필요하다. 당신이 원하는 인정을 얻기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돌아보라. 화, 무조건 억누르지도, 분출하지도 말고 다스리라. 화가 당신을 버려놓기 전에 당신이 먼저 화를 버리라. 갑질의 화(火), 을질의 화(禍)를 넘어 인화(人和)를 이룰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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