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허울 뿐인 은행 대출금리 모범규준…'고무줄 이자 장사’ 용인

입력 2018-06-22 10:47 수정 2018-06-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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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대출금리 모범규준’ 주먹구구式 가산금리 산정…내부통제 강화 방안도 유명무실 제재 포함한 부칙 개정 마련해야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출금리 모범규준’를 만들었으나 이에 따르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출 금리를 산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가산금리 항목을 조정할 때 내부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으나, 정작 시행 시기가 없어 은행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이투데이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전국은행연합회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 부칙에는 은행연합회 이사회 결의 날부터 모범규준을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 3월 개정 당시 부칙이다. 문제는 그 뒤에 붙은 예외 조항이다. 부칙에는 ‘다만 은행별로 내규 개정 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내규 개정 등이 완료되는 날부터 시행한다’고 했다. 사실상 모범규준을 뒤로하고 시중은행들이 자의적으로 가산금리를 산정하도록 하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금리 산정 과정에서 합리성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모범규준은 은행연합회가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과 신뢰성을 높이려 만든 규칙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영업기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모범규준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부칙은 지난해 신설된 목표이익률 책정과 내부심사위원회 심사 규정 등에 적용했다. 당시 은행들은 제18조에 주요 가산금리 항목을 조정할 경우 내부 심사위 심사를 거치는 내용을 추가했다. 항목을 계산하는 시스템 체계를 바꿀 때도 심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전날 금융감독원이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를 보면 일부 은행은 내부심사위 심사 없이 회계연도 중간에 목표이익률을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2~3월 국내 은행 9곳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을 점검해 모범규준에 따르지 않고 가산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한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검사 대상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이다.

해당 은행들은 지난해 모범규준에 추가된 금리산정 체계 합리성과 과도한 가산금리 변경에 대한 검사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은 통상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해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기준금리는 코픽스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이다. 가산금리는 각 은행이 별도로 고객 신용등급과 목표이익률 등 8가지 요소를 고려해 정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은행 목표이익률 산정이 대표적인 예다. 제14조는 ‘경영환경 급변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회계연도 중에 신규 대출 목표이익률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과거 1년 동안 차주에게 할인 적용한 우대금리 평균값 등 경영 목표와 무관한 요인을 넣어 불합리하게 산정한 곳도 있었다.

또 제6조에 따르면 차주 신용 프리미엄은 경기변동 상황 등을 반영한 예상 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 업종별 위험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은행은 수년간 같은 신용 프리미엄을 적용하거나 불황기를 기준으로 삼아 높은 금리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이 때문에 모범규준이 은행의 고무줄 가산금리 산정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모범규준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제재 수단이 없다. 은행의 ‘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칙에 예외조항까지 둬 빠져나갈 소지를 만들었다.

금감원이 모범규준을 손보겠다고 나섰으나, 제재 수단 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부칙 개정 없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범규준은 법적 강제성은 없다”면서 “공시를 강화해 시장에서 알아서 걸러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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