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5G 경매'로 본 이동통신 사업자와 주파수의 상관관계

입력 2018-06-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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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주파수 할당 경매가 마무리되면서 내년도 상용화를 앞두고 이통 3사의 ‘5G 선점 마케팅’이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주파수 경매가 끝나자마자 자사 5G 브랜드인 ‘5GX’를 공개하는 등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파수는 통신사업의 근간이라 불릴 정도로 이동통신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궁금증① 하루 만에 끝날 거라던 5G 주파수 경매 연장된 이유는? =이번 5G 주파수 경매는 당초 하루 만에 끝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최저경매 가격과 매물로 나온 주파수가 역대 최고였던 만큼 이통사들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틀째에 경매가 종료됐다. 이유는 5G 전국망 구축에 유리한 3.5㎓(기가헤르츠) 대역에서 3사 간 입찰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3.5㎓ 대역은 총 280㎒(메가헤르츠) 폭이 경매에 나왔다. 정부는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한 사업자가 낙찰받을 수 있는 한도(총량제한)를 100㎒ 폭으로 한정했다. 자금력이 탄탄한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0㎒ 폭을 가져가면 자연스럽게 LG유플러스가 3사 중 가장 작은 할당폭(80㎒ )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3사 중 가장 규모가 작은 데다 가입자당 주파수 보유량은 가장 많아 무리하게 5G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였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경매 초반 90㎒ 폭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경매에 나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갔다. 3.5㎓ 대역의 총낙찰가는 블록당 968억 원씩 총 2조9960억 원으로, 경매 시작가(2조6544억 원)보다 3416억 원 상승했다. 결국 LG유플러스가 경매 막판 80㎒ 폭만 가져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실리를 챙겼다.

궁금증② 통신 사업에서 주파수가 그렇게 중요해? = 그렇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게 주파수다. 주파수가 ‘고속도로’라면 대역폭은 ‘차선 수’에 비유할 수 있다. 폭이 넓을수록 데이터 전송량·속도를 높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보다 많은 폭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 이통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공격적인 베팅을 하는 이유다.

무선통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에 정보를 실어 전달하는 기술이다. 전파는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면서 전달되는데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가 주파수다. 1초에 5번 진동하면 주파수는 5㎐가 된다. 무선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300㎒에서 3㎓ 사이다. 300㎒면 1초에 3억 번 진동한다. 무선통신의 속도는 이 대역의 주파수를 얼마나 넓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궁금증③ 과당 경쟁에 이기고도 손해? = 주파수가 통신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주파수 경매는 늘 과열 양상을 띠게 마련이다. 문제는 지나친 경쟁으로 너무 비싼 돈을 지불하는 바람에 경영이 악화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8월 17일 한국에서 최초의 주파수 경매가 열렸다. 당시 매물은 4G LTE 서비스를 위해 800㎒ 주파수 10㎒ 대역폭, 1.8㎓ 주파수 20㎒ 대역폭, 2.1㎓ 주파수 20㎒ 대역폭 등 총 50㎒ 대역폭이 대상이었다. 이 중 1.8㎓ 주파수를 두고 SK텔레콤과 KT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경매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SK텔레콤은 KT와 83라운드까지 승부를 벌여 천신만고 끝에 낙찰에 성공했다. 낙찰가는 경매 시작가(4455억 원)의 2배를 뛰어넘는 9950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경매는 통신업계의 과잉경쟁을 유도해 입찰자의 부담을 지나치게 키웠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황금 주파수’로 불린 일부 구간들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낙찰 이후 자금난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로 꼽힌다.

정부는 이번 5G 주파수 경매에선 승자의 저주를 막기 위해 ‘균등배분’ 카드를 내놨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3.5㎓ 대역에서 공급되는 280㎒ 폭 중에서 1개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총량을 ‘100㎒’로 제한하면서 사업자 간 주파수 확보 총량이 비교적 고르게 배분되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통신 3사는 과거처럼 극심한 가격 경쟁 없이 각각 100㎒, 100㎒, 80㎒를 무난하게 확보했다

궁금증④ 주파수 할당 대금 어디에 쓰이나? =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사업자가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사용하면서 정부에 내는 돈, 즉 정부가 계획적으로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할당한 경매 대금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2016년 정부가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받은 주파수 할당 대가는 1조1265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첫 경매 낙찰가는 1조6615억 원, 2013년은 2조4289억 원, 2014년 7410억 원, 2015년 1조1755억 원에 달한다. 이는 이통사 무선 매출 기준으로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시민단체와 이통사에서는 이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파수 할당 대가로 받은 돈을 통신 복지를 위해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55대 45의 비율로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편입된다. 발전기금에는 ‘통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실제 쓰이는 곳을 보면 통신 분야와 거리가 있다.

지난해 두 기금의 지출 예산은 연간 약 1조3797억 원. 기금 대부분이 연구 지원(52%, 7319억 원)과 방송 콘텐츠 육성(10%, 1368억 원) 등에 활용된다. 통신 이용자를 위해 사용한 예산은 15억9600만 원에 불과하다. 소외계층 통신접근권 보장, 농어촌 광대역망 구축, 사이버 폭력 예방 지원 등에 들어가는 지원비까지 합쳐도 260억 원이다. 두 기금 지출 예산 전체의 1.8% 수준에 그친다.

궁금증⑤ 앞으로의 주파수 할당 계획은? = 정부는 앞으로도 원활한 통신을 위해 계속 주파수를 발굴하고 공급할 계획이다.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한 이통사들이 존재하는 한 경매는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미 2016년 12월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로봇·스마트 공장 등 미래 성장 기술을 위한 전용 주파수 마련을 골자로 하는 주파수 배분 계획 ‘K-ICT 스펙트럼 플랜’을 공개했다.

과거 정부가 두 차례 이동통신 분야의 주파수 수급 계획을 짠 적은 있지만, 전체 주파수의 중장기 관리 방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주파수를 모바일 사회로 전환하는 핵심 국가 자원으로 규정하고 5G·지능형 네트워크 등 신기술에 필요한 주파수를 적극적으로 제공키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10년 동안 40㎓ 폭의 신규 주파수가 공급되며, 국내 주파수 영토는 올해 44㎓ 폭에서 2026년 84㎓ 폭으로 약 2배 넓어진다.김범근 산업2부 기자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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