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호의 고미술을 찾아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바로 서려면

입력 2018-06-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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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시장의 주요 특징은 시장 정보의 취득이 쉽지 않을 뿐더러 그 정보마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보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거래 비용이 과다해지고, 시장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거래되는 고미술품의 진위(眞僞)와 가치 평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진위(眞僞)는 고미술품 거래의 핵심 정보다.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되어 신뢰할 만한 제작 또는 보존 기록이 없다 보니 거래 현장에서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 물건이 허다하다. 이처럼 진위가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현실에서 그 정보를 취득하는 것 또한 녹록지 않다.

한편 진품이 확실하다 하더라도 거래 가격 평가는 또 다른 과제로 남는다. 고미술품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고 주관적인 데다 공산품처럼 제조원가 등을 감안하여 거래 가격을 매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경매시장(옥션)과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경쟁한다면 그것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객관적이고 바람직한 거래 방식이자 가치 평가 시스템이다.

그러나 고미술품 거래는 공개된 장소보다는 조용히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관행이 뿌리 깊다. 그런 환경에서는 진위 논란은 물론이고 가격 정보의 왜곡이나 오류 가능성이 높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물건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가진 사람만이 위험을 피하고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감식안이 뛰어나고 시장 사정을 꿰뚫고 있는 소수가 그런 정보를 독점하면서 정보 공유가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정보 측면에서 고미술 시장은 분명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인데, 실제 거래에서도 상인들이 컬렉터들보다 정보의 우위에 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론적으로 고미술품 거래에서는 정보 제약에서 비롯하는 위험이 클 수밖에 없고, 결국 그러한 위험에 수반되는 거래 비용을 정보 열위의 초보 컬렉터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그런 문제를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방안은 없는가?

첫째는 당사자의 노력과 책임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합당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방법이다. 단점은 정보 열위에 있는 초보 컬렉터들이 그런 정보, 즉 물건의 진위와 가치를 알아보는 감식안을 체득하는 데 오랜 시간과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고미술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신규 컬렉터의 수는 제한적일 수 있고, 수요 창출에도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게 많은 수업료를 들여 입문한 탓에 이 바닥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이 고미술 컬렉터의 숙명(?)이다. 아무튼 고미술이 어렵기도 하고 또 한 번 빠지면 그만두기 힘들다고 하는 세간의 말도 따지고 보면 정보 제약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둘째는 신뢰할 수 있는 감정기관을 통해 정보를 구득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고미술계에는 감식안이 뛰어난 개인이나 감정 기구가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진위와 경제적인 가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 이들은 그들에게 약간의 비용(감정료)을 지불하고 정보를 구입함으로써 자신의 정보 제약을 완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거래 시스템을 효율적인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다.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경쟁하는 경매 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보 제약에 수반되는 위험과 비용을 컬렉터가 거의 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첫째, 둘째 방법에 비해 훨씬 효과적으로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따라서 시장 규모의 확대나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던가. 이런 백 마디 이론보다 직접 시장에 나가 발품을 팔고 작은 물건이라도 한 점 사 보는 것이 기울어진 운동장, 고미술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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