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양냉면이 된 정치

입력 2018-05-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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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욱 정치경제부 기자

오월의 무더위에 판문점에서 불어온 ‘랭면’ 바람이 더해지자, 내로라하는 평양냉면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기자도 더위와 유행을 핑계 삼아 유명하다는 몇 곳의 평양냉면을 맛보게 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역사가 50년에 달하는 A집의 냉면과 신흥 강자 B집의 냉면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 맛이 그 맛이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 역시 평양냉면은 비싼 가격과 한두 젓가락으로는 느낄 수 없는 맛의 장벽에 가로막혀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음식으로 여길 것이다.

요즘의 정치도 이 생경한 평양냉면을 따라가고 있다. 20대 국회 상황을 보면 민심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고, 진짜 필요한 법안이 무엇인지 모른 채, ‘여의도’라는 섬 안에서 벌이는 그들만의 ‘내전(內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치 그 맛의 차이를 알기 위해선 ‘면스플레인(면+explain·냉면 먹을 때 참견하는 것)’이 필요해져 버린,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린 평양냉면처럼 말이다.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 개헌안 논의를 위해 4월부터 열려 있었던 국회가 왜 5월 말이 다 돼서야 정상화됐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야 지방선거 구도부터 ‘방탄국회’ 논란까지 하나하나 풀어 내야 할 정도다.

정책만 놓고 보면 여당과 야당,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구별되지 않는다. 이념도 정책도 없이 과거와 특정 인물에 기대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정당을 보고 시민들이 이를 구별해 낼 수 있을지 벌써 의문이 든다. ‘여의도의 언어’로 말하는 국회에 민심은 떠난 지 오래다.

정치는 대중 음식이어야 한다. 손이 많이 가고, 해설이 필요한 고급음식 평양냉면처럼 돼선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정치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평양냉면은 그들만의 리그가 돼도 무방하지만, 정치는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맛이 아닌 삶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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