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와타나베 준이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입력 2018-05-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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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는 것도 재능, 둔감함의 힘

“노년의 지혜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와타나베 준이치(渡淳一)가 쓴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삶의 지혜인 ‘둔감력(鈍感力)’을 다룬 책으로 이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 와타나베는 1933년생으로 정형외과 의사 출신이면서 작가,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7년에 펴낸 ‘실락원’이란 작품으로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 상을 받을 정도로 필력을 자랑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둔감력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말한다. 11개 주제로 구성된 목차에는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이 담겨 있다.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다.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다. 스트레스조차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둔감함의 힘, 마음은 둔감하게, 혈액순환은 시원하게. 조금 둔감하게 살아도 괜찮다. 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둔감한 몸에는 질병조차 찾아오지 않는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강하고 둔감하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직접 경험한 사례에서 재능을 겸비한 사람이 잊힌 원인을 설명한다. “문학에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실력과 재능이 우선입니다. 문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필요한 운이나 타이밍이 아니라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죠. 숨겨진 재능을 갈고닦아 성장하려면 끈기 있고 우직한 둔감력이 필수입니다.” 어디 문학 분야만 그렇겠는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우직하게 밀어붙인 사람이 결국은 빛을 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둔감력은 성공에 필수적인 요인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겪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둔감력은 건강 유지에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건강 유지의 핵심 포인트는 피가 온몸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흐르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바로 지나친 민감함이다.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 버려야 혈관을 조절하는 자율 신경에 자극을 주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푹 자고 상쾌하게 일어나는 수면력은 한 인간이 가진 핵심적 능력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둔감력이다. 저자는 “잘 자는 것 역시 뛰어난 재능”이라고 주장한다. 수면을 이루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가운데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것 역시 민감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그가 얻은 경험 지식은 둔감한 사람에게는 질병도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암과 만나는 일이 있더라도 ‘이깟 녀석, 쫓아내 주겠어!’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암을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둔감력에 관한 한 평균적으로 여자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이런 차이가 타고난 부분임을 확인하게 된다. 남성의 몸이 건강해 보이지만 저항력이 약한 것은 어떤 자극에 대해 민감함의 차이로 이해할 수도 있다. 같은 고통이 주어지더라도 남성은 고통에도 압도적으로 민감하고 약한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담석, 신장결석, 통풍 등 악조건에서도 평균적으로 여성이 잘 견뎌내는데 이 역시 둔감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책을 읽으면 세월이 가면서 깨우치는 진리가 저자의 조언과 교차함을 확인하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때 지나치게 안달복달할 필요는 없다. 죽는 일을 빼고는 그렇게 심각한 일이 있느냐고 자문해볼 수도 있다. 담담한 삶을 권하는 실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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