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삼성

입력 2018-04-26 09:41 수정 2018-04-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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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는 26일 1분기 매출 60조5600억 원과 영업이익 15조6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특히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더 놀랍다는 얘기가 나온다. 26%의 영업이익률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미국의 대표 IT(정보기술)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지난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 릴레이를 이어온 반도체 사업은 1분기에도 또 한 번의 신기록을 세우며 11조5500억 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깜짝 실적을 내놨다. 작년 4분기보다 1조3000억 원 이상 늘어난 3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이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9 시리즈를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긴 3월 중순에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본 것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침울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금이야 반도체 사업이 굳건해 미래 걱정이 없겠다고 하지만, 업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업이라 언제까지 호황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런 사이 중국 기업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면, 공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글로벌 D램 업체의 경쟁이 치열했던 2008년 4분기에 삼성전자는 69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공급을 늘리는 게 결국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3.8%에 달한다.

스마트폰 역시 업황이 눈에 띄고 축소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인도 시장에서도 작년 4분기부터 중국 샤오미에 1위를 내줬다. 디스플레이는 더 암울하다. 올 1분기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은 4100억 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무려 1조 원이 줄었다. 2분기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경영 외적인 요인이다. 이재용 부회장 복귀 이후 신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지만, 반(反)삼성 정서는 더 커지며 미래 성장 동력이 훼손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신규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 번복), 금융위원회(차명재산에 대한 차등 과세), 고용노동부(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등 정부 기관이 전방위로 삼성을 몰아붙이면서 이 부회장의 실질적인 경영 복귀 또한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지배구조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금산분리 압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연일 삼성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 금융위원장은 최근 “삼성의 지배 구조에 관한 논란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의) 핵심적인 부분이고, 삼성도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회사 스스로 자발적이고 단계적인 방안 마련을 할 수 있으면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이 개정된 것도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삼성전자로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삼성은 최근 정부 정책에 발맞춰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금산 분리에 대해서는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조 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가는 데다, 삼성물산 등 계열사가 매입하려 해도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저촉될 수 있다. 외부에 내놓을 경우, 총수 지배구조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총수 리더십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50%가 넘는 지분을 외국인이 가진 상황이라 자칫 잘못하면 경영권 자체가 이들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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