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기고]민간 주도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의 필요성

입력 2018-03-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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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년 대표의 실험동물 이야기⑧]"자연 조성된 산업친화적 신약개발 생태계, 신약 성공가능성↑"

▲천병년 우정비에스씨 대표
▲천병년 우정비에스씨 대표
우리나라 바이오 헬스산업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 국가의 성장동력 산업으로 성장했다. 1989년 필자가 회사를 설립한 사업초기 국산 소형 픽업차량인 ‘다마스’에 실험용 생쥐를 싣고 납품다닐 때 제약, 바이오 기업과 현재 수조원의 시총을 넘나드는 기업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넘어 천지개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때를 시작으로 잡으면 불과 3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는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창의성 그리고 국가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정책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이 취약하고 연구기반이 활성화하지 못한 가운데서 나온 성과들로 문제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몇몇 스타 기업들의 신약개발 도전 성공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국가 경쟁력은 54개국 중 24위라고 한다. 앞 순위 국가는 대부분 선진국이다.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바이오 산업분야에서 후진국 그룹에 속한 이유는 바이오 산업역사가 짧은 요인도 있지만 연구자의 기술 및 경험과 결과물에 대한 부가가치 문제와 함께 산업구조상 사업화 연결고리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다. 즉 실력 있는 벤처나 스타트업 기업이 괜찮은 아이템을 발굴해도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상업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해서 진행이 되지 않거나 대기업 등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헐값에 넘겨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 기반 클러스터 조성이 제시되고 대학과 기관이 나서서 각종 형태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도 하지만 진입절차가 까다롭고 추상적인 지원에 머물 때가 많아 활발한 생태계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 이유의 첫번째는 인적 인프라 부재와 MOU 등과 같은 형식적인 협력관계를 뽑을 수 있다. 지식과 노력의 결과물인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고 해도 기술 사업화에 대한 판단은 또 다른 영역이다. 기술에 치중하면 시장을 무시하기 쉽고 시장을 따르면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쉽다. 대학이나 국가기관에서 전문가들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모든 판단의 공과는 자신의 몫이다. 살아 움직이는 시장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도움을 주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두번째는 이론을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 문제이다. 우수한 연구자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신약 후보 물질을 디자인했다고 해도 이론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약물기전과 효능을 확인하려면 비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신약을 개발할 때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파악하는 비임상 시험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신약개발 소요시간과 비용,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적절한 동물모델 등의 부재로 난관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시간과 돈의 문제이다 신약개발 전 단계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웬만한 규모가 아니면 근접할 수가 없을 정도로 부담이 된다. 최근 트렌드인 면역항암제(Immuno Oncology) 분야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도 도전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이기는 해도 많은 개발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신약개발 투자비용과 소요기간 절감을 위해 ‘Quick Win, Fast Fail’ 전략을 내세우지만 전임상과 임상으로 가는 과정은 결국 시간과 비용 싸움이다. 전임상 초기인 스크리닝 단계에서 신뢰할 만한 임상시험 결과를 예측(early prediction)할 수 있다면, 결국 탈락될 후보물질을 초기단계에서 과감히 버릴 수 있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발 하게 될 것이다.

이상이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라고 할 때, 현장의 문제를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간다면 실력있는 개발자와 훌륭한 지원그룹이 갖춰졌고 예산 확보까지 된다고 해도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약개발 과정을 다르게 표현하면 획기적인 디자인과 기술로 신물질을 다뤄가며 사람에게 적합한 약임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논문과 학술자료와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이론의 토대를 완성하고 동물이나 사람을 통해 안전하게 효과가 나타나는지 입증해내야 한다. 임상에 들어간 물질이 있으면 높은 기대심리로 바로 회사 가치가 올라간다. 그래서 신뢰 높은 동물실험 데이터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정복할 고지가 바로 보이는데 신뢰할만한 동물실험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고비를 넘지 못하는 일은 현장의 골치거리이다.

실패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그 중의 한 예로, 해외 유명기관에서 수입한 유전자 조작동물이 연구 목적과 일치되지 않았거나 맞는다 해도 보존과 관리에 문제가 생겨 형질이 변해 엉뚱한 결과가 나와서 연구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약대에 들어가 약사가 되었지만 약국경영이나 제약회사 취업을 마다하고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지 30년을 지내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동안 현장에서 느낀 안타까운 일들은 직접 해결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고 이제는 목표가 됐다. 30년 동안 경영한 분신 같은 회사를 2017년 상장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일개 기업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한 부분 정도는 성공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모든 것을 걸고 불안한 미래와 맞서는 신약 개발자와 난치암과 싸우는 환자들, 그리고 의료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이제는 정부주도가 아닌 시장논리에 의해 자연적으로 조성된 인더스트리 프랜들리한 신약개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고 여건이 형성되었다. 민간에서 누군가 앞장선다면 가능성 높은 신약후보물질을 갖고 있는 크고 작은 벤처들이 모여들고 함께 가치창출을 실현해 나간다면 멀고 힘들게만 보이던 신약개발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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