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괴로워]‘직장 내 괴롭힘’ 위험 수준인데… 상담 창구도 제도적 장치도 미비

입력 2018-03-08 10:00 수정 2018-03-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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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학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강요사건에 이어 최근 한 대형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간호업계의 ‘태움’ 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지칭하는 은어다.

직장 내 괴롭힘은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과거 5년간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폭행, 모욕 등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괴롭힘을 당하고도 상담이나 자문할 제도적 창구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 직장인 66.3% “직장 내 괴롭힘 당한 적 있다”=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30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20~49세 근로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과거 5년간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66.3%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조직 또는 다수인이 적정 범위를 넘어 특정인에게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해자는 직속 상사가 60.6%로 가장 많았다.

직장인들이 꼽은 직속 상사의 부당한 행동 유형 1위는 휴일 또는 퇴근 후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46.1%, ‘명확한 업무 지시가 없어 업무 수행을 어렵게 했다 43.3%, 회식이나 친목 모임 참여를 강요했다 37.5%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68.2%)이 여성(64.3%) 보다 직접적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소득이 낮을수록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평균 가계소득에 따른 피해 경험률은 월 200만원 미만인 경우 74.0%였지만 소득 규모가 늘면서 점차 줄어 700만 원 이상은 59.9%까지 떨어졌다.

가장 최근에 당한 괴롭힘 유형으로는 협박·명예훼손·모욕·폭언 등 ’정신적인 공격‘(24.7%)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외적인 일과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과대한 요구‘(20.8%), 소외·무시 등 ’인간관계에서의 분리‘(16.1%)가 뒤를 이었다.

◇ 직장인 60% “회사 방지 노력 미흡”… 사내교육 부족= 근로자 10명 중 6명은 괴롭힘 방지를 위한 회사 차원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봤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방지를 위해 현 직장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47.4%에 달했고, ’모르겠다‘는 응답도 11.4%로 나타났다.

반면 회사가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 근로자는 41.2%에 불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강습이나 연수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2.4%에 불과해 사내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사가 부하를 대하는 방법과 관련한 강습이나 연수를 받았다는 25.2%, 직장 내 의사소통 활성화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는 37.2%에 그쳤다.

직장인들은 또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이나 해결을 위한 회사의 대책(중복응답)으로 ’상담이나 해결 지원‘(37.2%)을 주로 꼽았고, ’경영진의 선언 및 방침 확립‘(35.2%)과 ’재발방지 조치‘(34.5%)가 뒤를 이었다.

◇ 상담 창구·제도적 장치 미비… 대응책 마련 시급=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구제장치는 미비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과 제도는 없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우리 사회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 직장인들이 괴롭힘에 적극 대처하지 않은 이유로는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43.8%)이나 ’직장 내 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응답(29.3%)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고용상 불이익을 우려해 대처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17.0%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피해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노동부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연구용역을 완료한 상태”라며 “올해 상반기쯤에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처벌 중심의 접근법이 아닌 일정 기간을 두고 단계적 방식으로 구성원의 인식과 행위를 바꾸는 등의 해결책을 모색해 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우선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자율적 규제를 유도한 뒤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입법을 추진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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