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벌거라던 상가투자 쪽박찰 처지

입력 2018-03-05 06:00 수정 2018-03-0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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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입점자 못 구해 몇달째 비워둔 상가 수두룩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사 두면 떼돈을 벌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분양업자들은 지금 상황을 보고 뭐라고 할까.

서울 마곡지구를 비롯해 위례·미사·다산·동탄 2 신도시와 같은 전국의 대규모 개발지역 상가 부동산시장에는 냉기가 가득하다. 건물이 완공됐는데도 입점자를 못 구해 비어있는 점포가 수두룩하다. 영업 중인 점포도 제값의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상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분양 당시 투자 대비 수익률이 적어도 5~6%는 보장된다고 장담하던 분양업자 말과는 완전 딴 판이다.

분양만 받아 놓으면 큰돈을 벌 것이라던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됐고 대출금 이자만이라도 충당됐으면 하는 투자자들이 부지기수다. 어떤 이는 생돈을 들여 이자·관리비 등을 부담하고 있으며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 점포가 아예 경매로 넘어가는 일도 벌어진다.

말이 그렇지 당사자라면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본전은 고사하고 생각지도 못한 추가금까지 들어가고 있으니 애간장이 타는 것은 당연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돼 금방 벼락부자가 되는가 싶었으나 현실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던 상가가 빚만 남기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애초 개발·분양업자 등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에 경쟁률을 잔뜩 부풀려 상가를 팔았을 뿐 투자 수익률 보장은 안중에도 없었다. 분양가 또한 너무 높아 아무리 장사가 잘 된다 해도 분양업체가 주장한 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개발·분양업체가 분위기를 잔뜩 띄워 놓을 때 일찌감치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한 사람이다. 이들은 실수요자가 아니다. 당첨만 되면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게 직업이다.

결국 당한 쪽은 개발·분양업자 말만 듣고 투자한 순진한 사람들이다. 상가를 분양받아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로 노후 생활을 대비하겠다는 소박한 기대를 갖고 있던 실수요자 말이다.

지금 이런 실수요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가슴 아파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를 보자. 이곳에는 LG전자·코오롱·롯데 등 대기업 입주를 앞세운 상가 분양이 봇물을 이뤘다. 분양 초기 프리미엄이 1억 원 이상 붙는 상가도 생겼다.

그랬으나 지금은 신방화·마곡나루·마곡역 주변의 신축 상가 가운데 몇 개월째 비어있는 점포가 지천에 깔렸다. 영업 중인 점포보다 빈 곳이 더 많을 정도다.

위례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건설 예정인 위례~신사선 중앙역 인근 주상복합건물 상가 대부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빈 상태로 남아있다. 장사가 잘 된다는 1층도 마찬가지다. 은행이나 부동산업소·커피숍 등만 눈에 띌 뿐 다른 곳은 입점자를 구한다는 전단지만 덕지덕지 붙어있다. 유명 개발업체가 건설한 위례 중앙 타워 상가도 상층부는 텅텅 비어있다.

일찍 자리를 잡은 상가는 그래도 괜찮다. 입점자가 바뀌는 사례는 더러 나오지만 대부분 영업자가 정해져 있다.

이들 상가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연이 복잡하다. 일부 상가는 입점자를 구하기 위해 몇 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 가 다반사이고 아니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대폭 낮쳐주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상가 활성화를 위한 영업 전략이라지만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라는 얘기다. 임대가 안 될 경우 얼마간 임대료 보전을 해주는 개발업체도 있으나 대개 모든 리스크는 투자자 몫이다.

위치가 좋은 점포는 임대료 수익이 높다. 그런 상가는 극히 일부이고 있더라도 초기 상가 분양가가 비싸 수익률은 생각만큼 좋지 않다. 임대료를 너무 올리면 입점자가 다른 곳으로 떠나기 때문에 어쩌질 못한다.

이런 형태는 미사지구나 다산 신도시 등 수도권 개발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상가나 너무 많이 공급된데다 분양가까지 높아 채산성을 맞추기 쉽지 않다.

시간이 흘러 신도시 편의시설 등이 잘 구비돼 생활여건이 나아지면 상가 경기가 좀 호전될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주변에 들어서는 대형 쇼핑몰에다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상가 때문에 소형 상가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잘 나갈 것 같았던 아파트 시장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과잉 공급을 우려했던 신도시는 매매가·전세가 모두 하락해 투자자들이 곤혹스러워한다.

주택업체나 상가 개발업체는 대박을 쳤으나 정작 상품을 사준 투자자는 손실을 보는 처지다.

부동산 시장에도 자본가만 돈을 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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