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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기촉법 상시화 논란… 산은 구조조정업무 축소시킬까

때마다 반복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 상시화 논란은 그 자체로 정부가 구조조정의 철학이나 중심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올해 역시 기촉법 일몰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시장, 법조계, 학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일 기촉법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국가 경제 전체 차원에서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을 지원할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을 관치라고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촉법을 연장 또는 상시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대부분 기촉법에 의한 주채권은행의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방식이 사실상 효과가 없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방조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수행한 구조조정 현황 연구에 따르면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종결률이 두 배 가량 높았다. 2006년부터 2016년 9월까지 구조조정 진행 중인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통해 구조조정을 끝낸 경우는 10년간 15건(개시 건수 대비 47%)에 불과했다. 특히 재벌기업이 워크아웃의 효과를 본 경우는 25% 수준에 그쳤다. 반면 법정관리 종결률은 29건(83%)에 달했다. 재벌기업 7곳 중 6곳이 법정관리로 구조조정을 마쳤다.

재벌기업이 워크아웃에 진입한 후 절차를 중단하고 법정관리로 진입하는 사례도 많았다. 국책은행 주도 채권단 위주 구조조정에 실패한 후 뒤늦게 법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워크아웃에 소요되는 시간 역시 재벌 대기업은 평균 1998일로 법정관리(731일)보다 1년 이상 길다. 이는 구조조정 자체를 지연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문제는 부실징후 기업, 특히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또는 특수은행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워크아웃 졸업률은 17% 수준으로 일반 시중은행(82%)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시중은행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재벌기업 워크아웃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과 달리 산은과 수은은 대부분 재벌기업을 맡았다. 대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조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박 교수는 “기업 도산에 따른 실업 발생과 기업 회생가능성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기초로 국책은행이 재벌기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되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기업에 낙관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기업의 생명만 연장시키거나 기존 총수가 경영권을 되찾도록 돕는 병폐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자율협약 초기 우리·하나·신한 등 시중은행 3곳은 지원 불가를 선언했으나 산업·수출입·농협은행 등은 채권단에 남아 약 4조5000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결국 정상화에 실패하고 2016년 5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후에야 겨우 제대로 된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에는 1998년 이후 산술적으로만 10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으로 이를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상황이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박 교수는 “국책은행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하고 산은과 수은은 정책금융공사로 축소·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치금융과 국책은행 감독에 책임이 있는 정부 관료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상황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구조조정 행태가 자본시장과 법원 주도 회생절차의 미발달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에 오는 6월 기촉법 기한이 연장되더라도 산은·수은의 구조조정 역할 자체는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부터 산은 내부에서는 구조조정부문을 축소하는 방향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퇴임한 정용석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의 자리를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이 겸직하도록 비워둔 데 이어 현재 구조조정1실장 자리 역시 공석이다. 구조1실 내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등을 관리했던 조선·해운지원단 역시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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