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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속으로] 그래도 '스튜어드십 코드'는 필요하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다’ 또는 ‘도입은 시기상조다’라는 이유로 무산되거나 연기됐던 3년여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반발과 우려가 상존한다. 연성 규범이 한국에는 아직 낯설고, 기업에 관여한다는 측면에서 적정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세미나에선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코드 도입 반대 측은 ‘연금사회주의’라는 우려와 함께 코드는 ‘단순한 윤리규정 또는 권고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코드 도입의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주들의 관여가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영 간섭이나 자칫 약탈적 가치 창출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수익률 향상으로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추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공적 또는 사적 기관’이 선언하는 기준으로, 국가가 아닌 시장 참여자들의 상호 자발적인 규율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코드는 시장 참여자 간에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는 엄연한 약속이며,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기관투자자의 선량한 관리자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도입되는 ‘보완적 성격’의 규범이다. 실정법상 기관투자자의 관리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므로, 정부의 역할 없이 효과적인 여건 조성과 정착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를 연금사회주의로만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본은 정부와 연기금(GPIF)이 주도하고 영국은 금융 당국이 직접 이행 평가까지 하는 데 비해, 한국은 민간 주도로 제정·이행 점검을 한다.

선진국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효과는 어떨까? 우리 연구소가 코드 도입 후 5년 이상 경과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보편적으로 배당성향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 네덜란드, 영국, 캐나다 등 도입 전 50~60%대의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국가들도 코드 도입 이후에 70%대로 더욱 증가했다. 한국은 불과 몇 년 전 10% 후반대의 배당성향에서 최근 20%대를 넘어섰다.

배당은 자본시장 발전에 생각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한다. 부채나 투자할 곳이 없는데도 현금이 과도하게 쌓여 있을 경우,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처분을 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져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매년 안정적 이익을 제공해 장기 투자도 유인할 수 있고 저금리 시대 증시 유동성도 제고할 수 있다. 증시의 활성화는 성장 산업에 투자금 배분을 촉진해 자연스러운 산업 재편과 자원 배분 효율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다소 지나치다. 기관투자자를 모두 약탈적 헤지펀드로 여기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과도한 경영 개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현 자본시장법상 주주제안은 배당조차 ‘경영 참여’로 간주할 만큼 엄격하다. 더구나 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한 관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효율적 지배구조 탓에 주식시장 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심각하다. 작년 세계경제포럼 발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11위인 한국의 이사회 효율성은 109위, 기업 윤리행위 91위,소수 주주 보호는 99위로 한참 뒤처진다. 국내 대기업집단 상장사들의 주요 4대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이사회가 영향력을 행사한 비율 역시 연간 기준 0.2~0.3%에 불과한 현실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로 인해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동일한 액수의 돈을 벌어도 주가가 OECD 국가 기업 평균에 비해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동일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해도 그 절반 정도의 평가를 받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 향상만으로 최소 3분의 1배에서 최대 2배까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비효율적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과 부실 기업 혹은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적절한 관여가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상승 요인이다. 이는 향후 50년을 넘어 자식들에게까지도 연금 혜택을 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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