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판사들 뒷조사 문건' 끔찍하다

입력 2018-01-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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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22일 법원행정처가 판사들 뒷조사 문건이 다수 실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문건에 기재된 ‘대응 방안' 등이 실제로 실행되었는지 여부는 조사범위 밖이라며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상 초유인 만큼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다. 지난 1년 여간 논란이 일면서 법원 내부의 피로감도 높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을 정리한 파일을 관리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의혹이 커졌다. 이에 대법원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지만, 지난해 4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실체가 없지만 일부 행정권 남용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법원행정처(리스트 관리 의심 당사자)의 거부로 해당 컴퓨터를 열어 보지 못하고 내린 것이어서 논란만 더 키웠다.

급기야 전국 법원의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구성되고 추가조사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퇴임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재조사는 지난해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이뤄졌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추가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사법 개혁을 위해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 요소를 하루빨리 없애기 위한 방책이었다.

추가조사위는 오로지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는 듯했다. 당사자들의 거부에도 문제의 컴퓨터를 개봉했다.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일었지만, 이메일 등은 제외하고 사법행정 관련 문서만 들여다보는 등 개연성을 차단했다.

문서 작성자인 전·현직 심의관(판사)을 잇달아 불러 작성 경위도 파악했다. 과거 사법부 개혁 관련 학술대회의 연기를 요청하는 등 물의를 빚었던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법원행정처 실무책임자였던 임종헌 전 차장 등을 대면 조사했다.

그러나 추가조사위의 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보면 과거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린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판사들 뒷조사 문건이 단순히 성향이나 학술 활동 등을 분류한 파일일 경우 사법부 블랙리스트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지원 배제에 따른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추가조사위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를 특정하지 않았다. 일부 판사를 뒷조사한 문건은 있지만 이로 인해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조사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애초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꾸린 추가조사위의 취지를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어찌됐든 국민 정서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문건이 있지만 드러난 불이익이 없다고 해서 블랙리스트가 아니라는 결론은 시쳇말로 ‘내로남불’과 다를 바 없다. 판사의 성향을 조사해 관리한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진다.

사법부의 독립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법관의 양심이다. 권력이 이를 통제하는 것은 국가적인 재앙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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