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대통령 취임 1년] 패러독스에 빠진 전 세계…‘뉴 노멀’이 된 ‘비정상’

입력 2018-01-18 10:33 수정 2018-01-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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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보호무역주의에 비난 쏟아져…미국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 뒤흔들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20일(현지시간)로 1주년을 맞는다. 1년 간 전 세계는 패러독스(역설)에 빠졌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사실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면서 러시아와 중국, 이슬람국가(IS) 등 미국의 패권주의에 도전하는 국가들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오히려 힘들었던 한 해를 보냈다.

미국내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인 ‘오바마케어’ 폐지 시도, 반(反) 이민 행정명령 등으로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 자신도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서 끊이지 않는 이해상충 문제, 심지어 정신이상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논란에 휘말리는 등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트럼프는 조기퇴진설을 일축하면서 올해도 변함없이 좌충우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비정상(the abnormal)’이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로 자리잡게 됐다며 세계 각국이 이런 비이성적인 상황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무역 질서 혼란= 트럼프는 1년 간 외교 분야에서 여러 차례 파문을 일으키며 전임자들이 그동안 구축했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지난 70년간 미국은 국제질서의 ‘주요한 보존자’ 또는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과 전 세계가 구축했던 관계를 본질적으로 바꾸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에서 나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내가 그를 ‘파괴자(Disrupter)’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가속화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외교 관례에서 벗어난 노골적인 언사로 긴장을 지나치게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동은 트럼프의 돌출 발언과 행보에 혼란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사실상 인정하고 이란과 서구 주요국의 2015년 핵협상 타결에 대해서도 이를 폐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무역정책에 있어서도 트럼프가 노골적인 보호주의를 펼치면서 무역 위축으로 세계 경기회복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고조시켰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대선 공약대로 TPP에서 탈퇴했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과 나프타는 트럼프의 요구대로 재협상에 돌입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도 부당하게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278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트럼프 정부가 기존 무역질서를 뒤흔들었지만 실행 가능한 새 무역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꼬집었다.

◇더욱 분열된 미국사회= 트럼프 취임 이후 반이민 정서와 인종차별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나서 법원의 제지 속에서 두 차례나 이를 변경했다. 결국 지난달 연방대법원은 북한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는 최신 행정명령 효력을 전면적으로 인정했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1년간 이민법 위반으로 체포된 사람이 14만3470명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며 트럼프의 반이민 기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이 트럼프의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제도(DACA)’ 폐지에 대해 제동을 거는 등 트럼프 이민정책은 앞으로도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인종차별 논란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것은 지난해 8월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동이다. 당시 트럼프는 유혈사태의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며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는 물론 그의 지지자들도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인종주의는 트럼프 정부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오는 2020년 대선에서 양심 있는 유권자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래도 잘한 일은?= 트럼프에 대해 온갖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그가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다.

경제 성과를 별도로 하더라도 외교 방면에 대해서도 시카고트리뷴은 트럼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를 공습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4700만 달러 규모 무기지원 방안을 승인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호평했다.

이슬람국가(IS)를 사실상 격퇴한 것도 트럼프의 주요 성과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는 NYT도 지난달 칼럼에서 트럼프가 IS와의 전쟁에서 이겼다며 언론이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는 대규모로 미국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러시아와도 우발적인 전쟁에 빠지지 않으면서 서구사회에 연쇄 테러가 일어나는 것도 막아 IS를 격퇴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기로 했던 방침을 철회하고 오히려 병력을 증강한 것도 좋은 결정이라고 전문가들은 꼽았다. 배준호 기자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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