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시진핑 ‘공해와의 전쟁’, 기회 혹은 위기

입력 2018-01-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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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지난달 중국에서 ‘난방대란’ 또는 ‘가스대란’으로 불리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당국이 악명 높은 스모그 문제를 완화하려고 석탄 사용을 금지하고 천연가스 난방기를 쓰라고 강압적인 정책을 성급하게 펼치면서 동상에 걸리는 주민이 속출한 것이다. 이는 주민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지방정부가 환경오염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충성 경쟁을 벌이다 이런 파탄을 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일부 주민은 공산당이 저소득층인 농민을 푸대접한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의 관료주의를 비웃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난방대란’은 시진핑 자신이 향후 3년간 가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한 환경오염 해결과 빈곤 척결이 상충하는 모순된 현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 세계 기업들은 가스대란을 단순한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시진핑의 ‘공해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각심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중국 지도부가 환경오염을 억제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시진핑이 드디어 이 문제의 해결에 발 벗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구조를 뒤흔들면서 기업들을 순식간에 위기에 빠뜨릴 파괴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국내 제지업체의 한 관계자로부터 최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신용카드 전표 잉크에 검은색 대신 푸른색이 많이 쓰일 것이라며, 이런 배경에 바로 시 주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잉크 대부분을 중국 업체가 공급하고 있었는데, 당국이 지난해 가을 환경오염을 이유로 공장들을 전격적으로 폐쇄해 공급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검은색 잉크 대신 환경에 덜 피해가 가는 푸른색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생겨난 것이다. 중국의 환경오염과의 전쟁이 우리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재활용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쓰레기 수입대국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환경보호를 이유로 고체 폐기물 24종 수입을 중단하면서 자국 내 쓰레기 처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또 중국 정부가 가스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단속을 펼치면서 베이징(北京) 등 북부 지방의 대기 질이 개선되자, 방진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등이 팔리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최근 들려오고 있다.

당연히 시진핑이 공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등 좋은 일이 더 많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공급망 체계나 소비자의 기호가 순식간에 변하면서 사업 환경이 악화하는 위기도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이제 중국 정부의 환경오염 해결 노력이 말로만 그치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가 왔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말 열렸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예년처럼 1년이 아니라 3년의 중기 계획을 제시했다. 환경오염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환경오염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은 중국시장의 문이 훨씬 더 넓어지기 때문. 공급망의 변화에서 중국이 빠진 빈자리를 채울 수도 있다. 시진핑의 ‘공해와의 전쟁’ 희생양이 되느냐, 아니면 도약하느냐는 이제 기업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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