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마을운동, 칭찬을 받다

입력 2018-01-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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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시인, BCT 감사)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1월 13일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분 좋은 인사를 받았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등 일부 국가 정상으로부터 ‘새마을운동’에 대한 한국의 지원에 감사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새마을운동을 비롯해 전 정부 추진 내용이라도 성과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덕분에 대폭 삭감하기로 했던 올해 ‘새마을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이 살아났다. 오히려 전 정부가 짠 예산보다 32억 원이 더 늘었다.

그런데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왜 그런 인사를 했던 것일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4년부터 미얀마에서 새마을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진행하는 농촌 환경개선사업에 2019년까지 총 2200만 달러(257억 원)를 지원한다.

한 사례로 수도인 네피도 외곽에 있는 칸타르 마을을 들 수 있다. 우기(雨期)를 앞두고, 한글로 ‘새마을’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녹색 조끼를 입은 주민들이 모여 마을 길을 깔고 있다. 길 옆 스피커에서는 한국어로 ‘새마을노래’가 흘러나온다. 이곳은 미얀마 전국에 지정된 100개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중 하나다.

한국에서 새마을운동 교육을 받은 새마을회장 우 뉜 쉐(54)는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협동력도 높아지고 생활도 개선되고 있다”며 “다른 마을 대표들도 여길 와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새마을운동은 미얀마에서 효율적인 농촌공동체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얀마 신정부의 국가 개발 프로젝트인 ‘100일 계획’에도 포함되었다.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한국형 개발 모델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뇌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없어지진 않았다.

1997년 11월 21일, 우리나라는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통제와 간섭을 받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경제 신탁통치에 들어간 것이다.

정행길(현 76세) 씨는 구제금융 신청 장면을 TV로 보다가 집집마다 돌반지를 모아 외화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이 ‘퍼뜩’으로 ‘애국 가락지 모으기’가 시작되었다. 당시 정 씨는 새마을부녀회 연합회장을 맡고 있었다. 가락지 모으기는 그해 12월 초 전국 새마을부녀회 조직을 통해 진행되었다. 돌 반지는 물론 성인 반지, 목걸이 등 장신구에 황금열쇠, 금송아지까지 모였다.

당시 조해녕 내무부 장관은 직접 행사장을 찾은 후 고건 국무총리에 본 대로 보고했다. 이후 여러 단체가 참여해 이듬해인 1998년 1월 5일부터 본격적인 ‘금 모으기’가 전개되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금 십자가를 내놓았고 프로야구 이승엽과 양준혁 등 운동선수들은 금메달을 기탁했다. 1998년 한 해 동안 금 모으기에 참여한 국민은 약 351만 명, 총 227톤의 금이 모였는데 당시 가치로 21억 달러(2조5000억 원)어치에 달했다. 우리는 이렇게 외환위기를 극복해냈다.

해외에서 칭찬받은 새마을운동, 그런데 국내에선 잊히고 소외된 것은 왜일까? 새마을운동은 공동체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즉, 공동체를 건사하며 발전시키는 데서 그 가치요소를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수십 년 동안 우리 공동체는 엄청나게 변했다.

그에 맞춰 운동 양상도 변하고 진화했을까? 새로운 공동체에 어울리게 그 가치를 재해석할 필요는 없는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는 없는 것인가? 어쨌든 새마을운동은 구닥다리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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