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출연에 태안 민심 '악화 일로'

입력 2008-02-29 18:00 수정 2008-03-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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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피해지역 종합대책'에 비난 거세져

삼성중공업이 기름유출 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태안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역 발전기금 1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민심, 특히 태안주민들의 볼멘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삼성중공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삼성중공업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 배상이 지연됨으로써 주민들이 받을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1000억원 출연을 결정했다"며 "이와는 별도로 서해 연안 생태계 복원사업과 피해 마을 자매결연 및 소외계층 후원활동, 하계 휴양소 건설사업 등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통상적 지원금이 아닌 발전기금으로 출연한 것은 피해배상의 일부로 해석되면 향후 유조선 측 보험사가 배상금액에서 삼성중공업의 지원액 만큼을 차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전기금은 피해배상과 그에 따른 구상권 행사와는 별개 사항이다.

이와 관련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주주가치 사수라는 원칙 사이에서 고민했고 일단 방제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이제야 대책을 내놓게 됐다"며 "그룹이나 당국, 주민들과도 상의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어서 (여론이) 이번 출연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1000억원 출연이 이사회 결의사항은 아니지만 대표이사 자격으로 오늘 이사회를 소집해 의결을 받았다"며 "1000억원이라는 돈은 회사 역량 등을 감안할 때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규모"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것이 주주가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주들이 이해해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천억원은 회사 유보금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특검 소환 등에 쏠리는 여론 분산용 대책이라는 일각의 의혹을 의식한듯 “특검과는 전혀 관계없다”며 “우리로서는 최대한 빨리 발표하느라고 한 것이 오늘”이라고 항변했다.

이번 기금 출연으로 지난해 8조5191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457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예정됐던 직원 이익분배금(Profit Sharing)을 지급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삼성중공업의 대책 발표 직후 "현지 사정을 너무 모르고 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지금 태안 주민들은 삼성중공업의 무한배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가 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군 유류피해투쟁위원회 이춘위 위원장은 "오늘 2시 발족된 '태안유류피해민 대책연합회'에서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기만이다. 돈 받지 말자'고 결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과는 받아들이겠지만 피해액이 3~6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가해자인 삼성이 1000억원을 내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법적 책임과 별도'라는 것도 오는 3월3일 열릴 공판에 대비해 미리 선수를 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 여론이 나빠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태안읍의 한 주민은 삼성중공업의 하계 휴양소 지원계획에 대해 "기존 숙박업소들이 이번 사고 여파로 관광객이 끊긴 상태인데 하계 휴양소가 생긴다고 세금 좀 더 내는 것 외에 얼마나 태안군 재정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휴양소 안에 유흥시설이 또 생길 것이고 관광객들 중 새 유흥시설 대신 지역사회의 펜션이나 숙박업소를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이번 대책은 지역 숙박업과 관광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못 된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의 박창재 국장은 "이번 1000억원 지원 대책은 삼성 측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삼성은 태안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 관련 고발인을 모집해 내달 15일 삼성중공업을 1차 고발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법원 판결은 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개별 소송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1조~2조원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고 소송에 대비한 충당금 규모가 정해질 때까지는 계속 증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청도 6개 시군과 전라도 지역 집행기구는 연합 상경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태안유류피해민대책 연합회는 내달 1일부터 서울 명동에서 삼성중공업 고발인 1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6일부터 본격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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