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주택자의 경지(境地), 다주택자의 지경(地境)

입력 2018-01-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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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철 정책사회부 기자

경지(境地)와 지경(地境). 글자의 순서만 바뀌었지만, 뜻은 천지 차이다. ‘어떻게 저런 경지에’와 ‘어쩌다 저 지경에’ 사이에는 아득한 격차가 있는데, 이번 정부 들어 이 차이가 좁혀지다 못해 뒤집힌 존재가 있으니 그들은 ‘다주택자’다. 건물주와 함께 부러움을 사는 존재에서 이제는 사회에 해를 끼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됐다.

주택 시장에서 다주택자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 목돈 마련이 힘든 서민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임대주택 대부분은 다주택자가 공급한다.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규제의 틀에서 벗어난 미등록 사적 임대주택은 516만 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등록 임대주택인 79만 가구를 포함하면 595만 가구. 이는 공공 및 법인의 공급분을 포함한 전체 임대주택(724만 가구)의 82% 수준이다. 사적 임대주택 시장이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국가가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방기(放棄)한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구축한 경지다.

현재는 여분 주택을 팔지 않으면 정부에 팔이 꺾일 처지다. 올해부터 새로운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적용, 신규 대출을 막아 다주택자가 주택을 새로 구매할 길은 사실상 막혔다. 집이야 어차피 여럿이니 더 못 사는 것은 그럴 수 있지만, 4월부터는 양도세가 중과돼 보유 주택을 팔기도 어렵게 됐다. 다주택자 압박의 종지부가 될 수 있는 보유세 개편 방침도 정부가 공식화한 상황인지라 임대 등록을 할 것이 아니면 양도세 중과 전까지 처분을 고려해야 하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다주택자 비틀기’로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을까. 다주택자가 오른 또 하나의 경지는 ‘버티기’다.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의 두 배 수준인 73.6%이다.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에 쏟은 다주택자가 과연 수건을 던질까. 규제를 피해 매도 대신 증여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정부는 다주택자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야 그들을 제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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