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12월의 질문, 1월의 희망

입력 2017-12-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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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아무래도 참회록(懺悔錄)을 읽는 시간이다. 그러나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다. 끝은 시작이니까. 결국 우리는 12월의 참회록을 1월의 희망록으로 바꿔 부를 수밖에 없다. 부끄러움과 자신 없음과 자기에 대한 실망이 당당함과 자신만만으로 변화할 수 있는 믿음 때문에 다시 12월을 건너 1월로 가는 것이리라.

대나무를 생각해 본다. 안은 텅텅 비었지만 자신의 키만큼의 매듭을 지니고서 더 큰 키로 자라날 수 있는 게 아닌가. 매듭이 없으면 부러질 것이다. 그 매듭은 다음 줄기를 올릴 힘의 원천이고 언제나 잔고(殘高)로 지닐 수 있는 에너지 축적이 되는 것이므로 여유가 있고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대나무는 꼿꼿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늘 푸르지 않겠는가. 누가 대나무의 빈 공간을 텅텅 비었다고 말하겠는가. 그 매듭은 거대한 힘의 원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나무를 닮고자 하는 선비들이 많았다. 닮고자 하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다. 닮는다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견디고 더 좋은 장점을 키울 수 있는 저장 창고이다. 그래서 12월은 질문하는 시간이다.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진정한 자아를 만나는 냉혹한 시간을 만들어 생의 혹독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일 것이다.

신의 위대한 질문은 무엇이며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진정한 목마름을 잊는 나의 질문은 무엇인가? 어떻게? 이대로? 자신을 돌아보는 진지한 만남을 12월에게 답해야 할 시간일 것이다.

누군가 책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생각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뜻이다. 12월이야말로 플랫폼이다. 떠나보내고 다시 만나야 하는 시간의 질서에 합류하면서 치열하게 자신을 만난다. 이런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12월의 플랫폼에서 무슨 질문을 품고 만날 것인가. 한 해 동안 진실했는가. 노력했는가. 다가갔는가. 재탄생해 보았는가. 잘못을 인정했는가의 답이 나와야 1월을 정중하게 만날 것이다.

곧 우리는 1월의 마당에 들어설 것이다. 준비 없이 질문도 없이 1월의 마당에서 주눅들고 초라하게 서 있을 것인가? 그렇게 넘어가고 다시 넘어가겠는가? 무슨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분명히 나지만 새로운 나를 만들어 1월의 푸른 새벽에 당당히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좋았다”라는 말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 쌀이 좋으면 농부의 희생이, 책이 좋으면 작가의 희생이 있다. 우연이나 운이 좋은 것은 번뜩이기는 해도 내실이 없다.

“좋다”의 여운에는 완전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내놓으며 죽자고 덤비는 열정이 숨겨 있다. 삶이 좋은 것은 “다시”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12월은 반성하고 1월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 엄연한 시간의 수용을 우리는 젊다고 표현한다. 나이가 들어도 시간 앞에서 젊은 열기를 보이는 일은 아주 좋은 마무리가 되지 않겠는가.

말도 그렇다. 한국에는 참 좋은 인사말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너무 많이 들었던 말 “밥 묵었나?” 이 말은 꼭 밥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내자’가 아니겠는가. 살아가자가 아니라 살아내자라는 책임과 약속의 언어로 새해는 화(火)를 미소로 바꾸는 힘으로 살아내어야 할 것이다. 나무가 언 땅 위에서도 발돋움하고 하늘을 바라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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