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의 키워드] 가마우지 어업-입 속 것도 탈취하는 인간의 무자비

입력 2017-12-20 10:58 수정 2017-12-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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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기업 임직원 여러분, 여러분들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가마우지 생각을 했소. 가마우지, 물속에 들어가 애써 물고기를 잡지만 삼키지는 못하고 어부에게 빼앗기고 마는 그 불쌍한 물새 말이오. 나는 이 가마우지 어업을 인간이 동물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치사하고 잔인한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별것 아니오. 비록 동물일지라도 입 속에 들어간 걸 빼앗는 게 인간으로서 할 짓인가 싶을 뿐. 이 어업이 성행했던 중국 구이린(桂林)의 강과 일본 기후(岐阜)의 호수 지역에서도 요즘은 관광용으로만 연출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거요.

가마우지가 기껏 잡은 물고기를 왜 못 삼키는지 아시오? 끈으로 목을 묶어 놓았기 때문이라오. 이 끈 때문에 작은 물고기는 삼킬 수 있어도 큰 물고기는 목구멍으로 못 넘긴다고 하오. 길이가 7㎝나 되는 부리. 크기도 크기이지만, 갈고리 모양이어서 월척짜리 물고기도 한 번 물면 안 놓친다고 하오. 하지만 잡은들 뭐하겠소. 삼킬 수가 없는데. 한입에 넘기려 꿀꺽해 보지만, 끈이 목을 더 옥죄니 아픔만 더하다오. 작은 물고기는 삼킬 수 있으나 그것으로는 배가 차지 않으니 가마우지는 언제나 배가 고프고, 어부들은 일부러 가마우지의 배를 곯린다고 합디다. 더 큰 물고기를 더 많이 잡아오라고 말이오.

왜 여러분 생각하다가 가마우지 모습이 떠올랐는지 아시오? 여러분이 지난해 받았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오. 지난 정권이 노동개혁한다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는 이 제도를 다른 곳보다 먼저 시행하는 공기업 임직원에게는 꽤 큰돈을 인센티브로 지급했잖소? 그런데 새 정부가 노동개혁 반대의 표시로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면서 이 인센티브를 뱉어내게 했으니 여러분의 처지가 가마우지랑 다를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오.

들어간 걸 뱉어낸다는 점에서는 가마우지랑 여러분이 그리 다르지 않소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분 처지가 가마우지보다 더 못한 게 좀 있소. 가마우지는 제가 먹고 싶어 잡은 물고기를 토해내지만, 여러분은 달라고 하지도 않은 걸 받았다가 토해낸다는 게 다르오. 또 가마우지는 물고 있는 걸 뱉어내면 그만이나, 여러분은 위장 소장 대장 항문을 지나 벌써 몸 밖으로 나가 거름이 된 것을 생짜로 원상회복해야 하니 더 억울하고 더 치사하고 더 열불이 날 것 같소. 가마우지는 목을 끈으로 묶어 놓았으니 뱉어낼 수밖에 없는데, 여러분은 끈이 없는데도 토해내고 있소. 자진 반납이라는 형식! 어쩌면 이게 제일 큰 차이가 되겠소.

이런 ‘자진 반납’으로 모일 돈이 무려 1800억 원이나 된다고 보도됐소. 이 엄청난 돈은 11월에 발족한 ‘상생연대기금’이라는 재단법인이 정규직-비정규직 간, 고임금-저임금 간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희망사업, 청년실업자들(을 위한) 책임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꿈 나누기 사업에 쓰인다는 설명이 있소.

▲목에 끈이 묶인 가마우지.
▲목에 끈이 묶인 가마우지.

이 재단법인에 반납된 돈을 갖다 낸 공기업이 벌써 여러 곳이라는 기사의 행간을 보면 공공기관장들 사이에 반납된 인센티브를 먼저 갖다 바치기 경쟁이 벌어진 느낌이오. 내년부터는 공기업 경영평가위원에 노동계와 시민단체 대표도 포함된다고 하니 하는 말이오. 경영평가 등급에 따라 기관장 인사와 직원 성과급이 결정되는 이 시스템에선 경영진이 노조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 않겠소? 그렇다면 시민단체나 노조 추천 평가위원들이 노조 성향에 맞는 공공기관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란 사실은 불문가지(不問可知).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노조에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 않겠소.

다 잘 알아서 하겠소만, 작년에도 무슨무슨 재단이 설치다가 결국에는 나라가 뒤집혔으니 새로운 재단이 생겨 또 무슨 일을 벌인다는 소식에 경기(驚氣)를 일으킬 사람도 없지 않을 듯하오. 연(然)이나, 아무쪼록 이 재단에서는 그런 사달이 안 벌어졌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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