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한가위에 하고 싶은 것들

입력 2017-09-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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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가을이 되었으니/ 한가위 날이 멀지 않았소/ 추석이 되면/ 나는 반드시/ 돌아간 사람들을 그리워하오 / 그렇게 사랑 깊으시던 외할머니/ 그렇게도 엄격하시던 아버지/ 순하디 순하던 어머니/ 요절한 조카 영준이! / 지금 천국에서 기도하겠지요.”

시인 천상병의 시 ‘한가위 날이 온다’가 떠오른 것은 다가온 추석 때문만은 아니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의 당부와 작가 유시민의 글이 한몫했다. 어머니는 입원 훨씬 전부터 자식들에게 “장례는 가족만 모여 간소하게 하고 화장해 고향 산에 뿌려 달라”라는 말을 유언처럼 자주 했다.

작가 유시민은 ‘깔끔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이라는 글을 통해 장례식은 가족과 친지만 모여 조용히 치르기, 부고 내지 말고 빈소 차리지 말기, 화장한 뒤 잘 썩는 천에 싸 땅속에 묻은 뒤 나무 한 그루 심고 어떤 표식도 하지 말기, 제사 지내지 말고 가족이 모여 맛있는 것 먹으며 즐거운 추억 나누기 등을 담은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가위 풍경이 달라졌다. 고령 인구의 증가와 가족 형태의 변모, 장례와 제사, 명절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일본처럼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매년 사망자가 늘어나는 ‘다사(多死) 사회’로 접어들었다. 1인 가구의 증가, 경기 침체, 취업난, 저출산 등으로 인간관계가 약해진 ‘무연(無緣)사회’의 모습도 강하게 드러난다.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에서 화장과 납골(納骨) 문화를 거쳐 이제 ‘산골(散骨) 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725만 명으로 전체 인구 5175만 명의 14%를 차지해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16년 사망자는 28만827명으로 전년보다 1.8%(4932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최대 사망자 규모다. 2014년 이후 3년 연속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27.9%(539만8000가구)로 가구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은 31.5%(170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처럼 고령 인구 급증, 1인 가구 위주의 가족 형태로의 전환과 함께 삶을 잘 정리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웰 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장례와 제사 문화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자식과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고 삶을 담백하게 마무리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전과 다른 장례·제사 문화를 등장시켰다.

매장과 납골 문화, 제사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시민 작가처럼 간소한 장례식과 묘지나 납골당 안치 없이 고향 등 가족에게 의미 있는 장소에 산골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사후에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당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한, 건강할 때 장례식·묘지 형태, 제사 여부 등에 대한 의사를 표명한 사전장례의향서와 연명 치료 여부 등 임종 직전 받을 치료 범위를 정한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번 한가위에 꼭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가족에게 몇 년 전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인생 노트’의 존재와 내용을 알리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지난 인생과 현재 삶의 정리, 가족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사전의료·장례의향서 등을 담은 ‘인생 노트’를 쓰고 있다. 기록하면서 삶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알차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해 인생의 담백한 마무리를 하려는 사람들도 ‘인생 노트’를 작성한다. ‘인생 노트’ 고지(告知)와 함께 ‘한가위 날이 온다’의 한 구절 “추석이 되면/ 나는 반드시/ 돌아간 사람들을 그리워하오”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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