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감도는 서초동 (上)]정권에 찍혀 해체된 그룹 수두룩한데, 대가 요구라니…

입력 2017-08-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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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 이틀 앞… 정권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에 호응했는데 ‘희생양’ 되기만

“대통령에게 대가를 요구할 간 큰 기업인이 한국에 있겠습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과정을 지켜본 대기업 한 임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정경유착의 수혜자’냐, 아니면 ‘정권비리의 희생양’이냐를 가르는 부분이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최순실 측에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그러나 경영권 승계가 청와대에 청탁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기업이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온갖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만큼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재계와 기업인들의 얘기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세 차례 독대 자리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나를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두 번째 독대에서 승마협회 건으로 질책을 받았을 당시 “대통령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았다”며 “여자분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독대에서 jtbc 건으로 질책을 할 때는 불이익 정도가 아니라 삼성이 정치와 엮여 보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도 들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느꼈던 당시 두려움은 재계 흑역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대통령의 보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경쟁력은 2류”라는 발언을 했다. 이후 영광원자력 5·6호기 입찰 자격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탈락했다. 자동차 사업을 위한 부산 신호공단 땅 매입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회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한 뒤에야 문제가 해결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건희 회장이 “낙제는 면했다”고 말한 뒤 곤욕을 치렀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비롯해 CJ와의 상속 소송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국세청은 2011년 세무조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4700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물렸다. 전두환 정부 시절 국제그룹과 삼호그룹은 정부의 기금ㆍ후원 요청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예 그룹이 해체되기도 했다.

과거엔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대가로 ‘이권’이라는 당근을 얻기도 했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과 현대차 등은 해외 사업에 집중하면서 국내 시장 이권에 대한 중요성은 낮아졌다. 그래도 재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창조경제, 상생 등의 이름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대가가 결국 범죄자 딱지냐”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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