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 코스피 2,533.99
    ▼ 0.80 -0.03%
    코스닥 775.85
    ▼ 4.37 -0.56%

P플랜-스토킹호스 연계…서울회생법원의 ‘큰 그림’

[이투데이 정다운 기자]

스토킹호스 매각 성공 사례가 잇따르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도 이러한 매각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프리패키지플랜(P플랜)과 스토킹호스 매각이 접목되면 회생 M&A에도 사모펀드(PEF)가 적극 참여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기업 구조조정 문화가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3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독립해 개원한 서울회생법원은 전문법원으로서 첫 과제로 P플랜과 스토킹호스 매각을 적극 도입했다. 기업에게 ‘무덤’으로 인식되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의 새 수단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 개원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회생기업 M&A 시장은 스토킹호스 도입으로 열기를 띄고 있다. 삼표시멘트와 STX건설 등 수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회생 매물들이 올해 스토킹호스 매각 방식을 적용한 후 스토킹호스 취지대로는 아니지만, 결국 새 주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한일건설의 경우 수의계약 당시 몸값이 100억 원대 중반에 불과했지만 공개경쟁입찰을 거치며 가치를 재평가받아 270억 원이 넘게 팔렸다. ‘가격 후려치기’, ‘회사 공중분해’ 등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던 회생기업 M&A가 부실기업의 정상화 방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회생기업을 인수하는 쪽도 스토킹호스 방식을 반기는 상황이다. 우선 프라이빗 딜 위주인 정상 기업의 M&A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투명한 매각 절차가 법원에 의해 보장된다. 또한 회생 매물 특성상 법원에서 우발채무를 정리해주는 장점도 있다.

특히 스토킹호스 매각은 앞으로 P플랜과 접목할 경우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P플랜은 추가 자금 지원의 장점이 있는 워크아웃과 광범위한 채무조정의 효율성을 지닌 법정관리를 혼합한 회생 방식이다. 올 초 부도를 맞은 송인서적이 ‘1호 P플랜’ 사례가 될 뻔했지만 채권자와 기업 측 등이 첫 사례라는 점에 부담을 느껴 결국 일반회생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송인서적 회생을 담당한 한 관계자는 “현재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인데 당시 일반회생이 아닌 P플랜까지 적용됐다면 신규 자금 유입은 물론 채권자 의견조율 과정도 빨라져 훨씬 정상화가 수월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서울회생법원은 물론 대형 로펌들이 앞다퉈 P플랜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인 만큼 조만간 첫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과 금융권 채권단은 신용위험 평가를 받은 기업 중 일부에 대해 P플랜을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에 스토킹호스 방식까지 접목되면 회생기업 M&A 시장에 사모펀드(PEF)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기존에 법원 주도 딜은 일반적으로 PEF들이 진행하던 프라이빗 딜에 비해 절차가 복잡해 PEF의 참여가 드물었다. 회생계획상 이미 짜여진 매각 구조에 맞춰 PEF가 수동적인 인수자로 참여해야 하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나 스토킹호스에서는 인수자가 원하는 매각 조건을 제시·비교하는 경매절차도 가능하다.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으는 펀드)가 아니면 사실상 회생 딜 참여가 어려운 PEF들이 회생 기업의 공장이나 토지 등에 프로젝트펀드로 분할인수하는 시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형 PEF가 회생 M&A 시장에 들어오기까지는 아직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PEF의 경우 1년에 1~3건 정도 큰 규모의 딜만 검토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입찰 참여 후 딜이 무산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리스크라는 것이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중소형 PEF는 스토킹호스에 수의계약자나 경쟁입찰자 어느 쪽으로 참여하든 인수 실패 시 일정 비용을 보상받으면 족하다고 하지만 대형 PEF들은 검토 무산에 대한 기회비용이 그정도 보전비으로는 충당되지 않는다”며 “대형 PEF가 회생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