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서글픈 공무원 열풍

입력 2017-08-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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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명인 짐 로저스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의 공무원 열풍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의 미래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 더 이상 개별 한국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동안 한국의 비정상적인 공무원 열풍에 대한 국내 지식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으나, 영향력 있는 외국인의 입을 통하여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짐 로저스가 작년에 한 얘기다. “최근 똑똑한 인재들이 공무원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 오랫동안 투자했고 기회를 살펴왔는데, 이제 한국에 대해 가졌던 긍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이후 한국 주식에 신규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한 단계 더 과격한 발언을 쏟아 냈다. “한국의 공무원 열풍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10대의 꿈이 공무원이라는 것은 슬픈 일이다. 중국, 러시아 등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10대의 꿈이 공무원인 곳은 없다.”

그는 한국의 비정상적 공무원 열풍의 원인으로 안정지향적 청년들의 사고, 보수적 부모들의 성향, 사회적 불안정성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꼽고 있다. 모두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누차 지적해온 문제들이다. 대졸자의 절반 이상이 합격 확률 1%대인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국가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과도한 경쟁을 낮춘다는 명목의 공무원 정원 증가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문제의 원인은 한국의 압축 성장에 따른 가치관의 전환이다. 대한민국의 앞선 세대들은 전 세계 최빈국에서 피땀 어린 노력과 과감한 도전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불안정한 과거 경험은 후세들에게 스펙을 쌓아 안정된 미래를 추구하도록 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추격 경제에서 탈추격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남들이 가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할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부모 세대의 성공 경험이 미래 세대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의 발전은 청년들의 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도전의 필요조건인 개인의 가치관과 충분조건인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라는 두 축을 검토해 보자.

필요조건인 청년들의 가치관은 부모 세대 수준인 안정의 욕구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안정이 불행하지 않은 삶이라면 도전의 자아실현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다. 개인의 가치관이 안정을 넘어 자아실현의 단계로 진화해야 국가가 발전한다. 스펙형 교육의 폐해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역사상 최고의 스펙을 쌓은 청년들의 절망은 정답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시작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의 말대로 청년들에게 힐링만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의 회피다. 청년들이 스스로 정답이 없는 미지의 길에 도전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길일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청년들의 창업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탈추격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개인의 도전이 사회의 발전으로 지속되려면 충분조건인 사회적 인센티브 구조가 뒷받침해야 한다. 불확실한 창업에 도전하는 기댓값이 안전한 공무원 시험보다 높아야 한다. 불확실한 창업 성공의 보상이 실패의 징벌보다 확실히 크면 창업은 활성화할 것이다. 성공의 보상을 위하여 짐 로저스가 우려한 창업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투자 회수 시장을 키워야 한다.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교수와 공무원보다 높여야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한 실패 기업인의 재도전 보장이다. 신용불량의 공포가 제거되면 창업 의지가 3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참조하자. 그리고 가벼운 창업이 가능한 개방과 공유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자.

더 나아가 아직도 과도한 공무원의 연금과 지위 보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지닌 엄마들이 창업을 말리고 공무원을 권유하는 이유는 엄밀한 생애 기댓값 계산의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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