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손현주 수상(受賞)의 진정한 의미는?

입력 2017-07-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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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얼굴에 분이 마르면 안 된다는 자세를 지닌 배우가 있다. ‘나는 왜 주인공을 못하지’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탤런트가 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동료에게 언제나 따뜻한 손을 내미는 연예인이 있다. 배우의 경력과 성공보다는 연기와 작품을 더 사랑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생하는 아름다운 연기자가 있다.

낭보(朗報)의 주인공 배우 손현주다. 손현주가 영화 ‘보통 사람’으로 6월 29일 열린 제39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손현주의 수상이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는 것은 모스크바 국제영화제가 세계 4대 영화제라는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남다른 의미가 있어서다.

그의 수상은 실력(연기력)의 진정한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연예계에선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가진 연기자 중 상당수가 작품 출연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 반면 한마디 대사 연기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돌이 스타라는 이유로 주연을 독식한다.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이 연예기획사의 물량 공세로 주연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실력 있는 배우 지망생이나 연기력이 출중한 신인, 중견 연기자들이 절망하며 연예계를 떠난다.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가 1991년 KBS 탤런트 공채를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손현주. 그는 스타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연예기획사의 막강한 마케팅 후원도, 미디어의 화려한 지원도 전혀 없었다. 오로지 치열한 노력과 뛰어난 연기력만으로 ‘첫사랑’ ‘추적자’ ‘숨바꼭질’ ‘보통 사람’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최고 배우가 됐다.

최선의 연기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감동을 준 손현주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배우에게는 연예기획사의 마케팅과 미디어의 지원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의미 있는 사건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땀 흘리는 사람이 인정받고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성공 신화를 복원시킨 가치 있는 쾌거이다.

손현주의 수상이 건강한 연예계를 위한 지속적 노력에 대한 인정이라는 의미도 있어 대중은 열렬히 박수를 보낸다. 손현주는 뛰어난 연기력에도 나이가 먹었다는 이유로,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작품에 출연하지 못하는 힘든 배우들을 위해 오디션을 주선하기도 하고 PD나 감독과의 만남을 마련하기도 한다. 손현주의 헌신적 노력은 실력 있는 배우를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연예계를 만드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실력과 열정은 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 좌절한 연기자에게 끊임없이 따뜻한 손을 내미는 손현주는 스타가 인기와 수입, 명예 등 모든 것을 거머쥐는 연예계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개선하는 아름다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손현주를 보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를 꿈꾸며 땀을 흘리는 무명 배우와 신인들은 희망을 품게 되고 실력이 있으면서도 기회를 잡지 못해 좌절한 배우들은 도전할 용기를 낸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승자독식 구조의 병든 사회, 실력보다는 권력, 학연, 혈연, 지연이 우선시되는 불공정 사회, 금수저 앞에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땀이 무력화되는 절망적 사회를 극복할 힘을 얻는다.

“지금도 어디선가 밤을 새우고 있을 스태프와 연기자들, 또 이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개미와 이 상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12년 SBS 연기대상을 받은 손현주의 수상 소감이다. 영화 촬영으로 참석하지 못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수상 소감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손현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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