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야

입력 2017-07-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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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영업자의 나라다. OECD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 비율이 25%를 웃돈다. 멕시코, 터키,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이들 중 대부분은 5인 미만의 상시 종사자를 고용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이다. 업체수만 약 300만 개,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약 40%다.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인 이들은 과당 경쟁에 수익성이 악화될 만큼 악화됐다. 인건비와 높은 임차료, 가맹점비에 허덕인다. 매출의 10~13%가량은 임차료에, 15% 전후는 인건비에 쓰인다. 이들이 내는 임차료와 가맹점비는 자본가에게, 인건비는 더 사정이 안 좋은 정규·비정규직 종사자에게 돌아간다. 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현 인상율(7~8%)의 평균 2배인 15%씩 매년 인상하겠다고 하자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이들 소상공인이 가장 크게 들고 일어났다. “망하라는 거냐”가 이들 분노의 골자다.

최저임금 인상은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다. 현재 시급 6470원 기준 한달 노동의 대가는 135만 원이 된다. 월세와 식대를 내고 교육을 받고 저축을 하면서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이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최저임금의 취지부터 만족시키지 못할뿐 아니라 비슷한 경제 수준의 선진국보다 저조하다. 사업자로서의 이윤이 이런 ‘최소한의 생계비’인 임금보다 낮아져서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투정한다면 이들은 사장님이 될 경제학적인 이유도 자격도 없다.

사장님을 위해 바꾸고 고쳐야 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수준이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과 같은 하위 제도가 아니다. 고쳐야 하는 것은 이들 자영업자 부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차료의 근간이 되는 부동산 문제,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임대차 제도, 조세 제도, 이들에게 갑질을 해대는 프랜차이즈 본사 등 최저임금을 제외한 모든 제도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이런 ‘그외 모든 제도’의 개선과 발맞춰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늘 노동자를, 노동의 가격을 후려치고 억눌러왔다. 이들의 저항이 사장님들의 저항보다 제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근로자에게 시급 몇 천 원을 덜 주는 것이 자산가에게 몇 백만 원의 부동산세를 과징하거나 몇 억 원의 아파트값을 조정하는 것보다 손쉽고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오늘날의 사회 모순과 불합리의 고착이다.

문 대통령은 그것을 해보겠다고 나섰다. 방향은 맞지만 최저임금 ‘1만원’을 지나치게 이슈화하고 우선 초점을 맞추는 것은 틀렸다. 이 방식 또한 노동의 가치를 몇 천 원 더 쳐주는 것이 그 외 모든 자산의 가치를 손보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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