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 잡아먹는 공룡 유통망

입력 2017-04-26 07:52 수정 2017-04-2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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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소상인 설 자리없어지고 상가 투자자도 타격 심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앞으로 기존 동네 생계형 상권은 거의 사라질 듯 싶다.

온갖 잡다한 것을 파는 구멍가게에서부터 야채가게· 동네 슈퍼 등은 하남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복합몰에 손님을 빼앗겨 장사가 잘 될 것 같지 않아서다.

신세계·롯데·현대와 같은 공룡 유통업체들이 전국 각지에 거미줄 같은 자사 유통망을 구축 중이다.

유명 브랜드 업체가 경쟁적으로 매머드 유통시설을 개장하는 바람에 이들 간의 영역 싸움이 치열할 정도다.

이런 판에 재래식 단독 상가가 배겨날 재간이 있겠는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 근처에 현대식 쇼핑몰이 있으면 여러 모로 편리하다. 게다가 물건도 싸게 살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반면에 기존 상권은 이들 때문에 퇴조의 운명을 맞게 될 처지다.

그나마 취급 품목이 대형 유통망과 겹치지 않은 경우는 좀 덜하겠지만 이 또한 궁극적으로는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공룡 유통망이 모든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개인의 불루오션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흔한 커피에서부터 음식까지 잘 꾸민 공간에서 해결이 가능한 구조여서 복합 쇼핑몰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는 소리다.

이들 공룡 복합몰이 주요 지역마다 등장하면 동네 상권은 거의 사라지고 특성있는 몇몇 가게만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현상은 이미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축구장 8개 만한 크기의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판교 일대가 그렇고 국내 최대 규모인 신세계 하남 스타필드도 주변 상권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판교 현대백화점은 분당권은 물론 성남 구도시와 용인 수지권 상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남 스타필드 또한 하남은 물론 서울 강동·광진구와 구리·남양주 상권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오는 11월쯤 개장 예정인 고양 삼송 스타필드가 등장하면 서울 은평권과 고양·파주권이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대형 유통업체는 서울에 이어 시흥·용인·송도·수원·의왕·성남·화성·청라·안성 등 수도권 도시에 그물망 같은 유통시설 구축에 나섰다.

이와 함께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창원과 같은 지방 대도시로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중소 도시에도 다양한 형태의 유통망을 설치 중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상권은 이들 대형 업체 유통망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대단위 주거지 배후 상권에는 학원이나 병원같은 생활 밀착형 업종만이 살아남고 식료품과 의류매장은 거의 살아진다고 봐야 한다.

기존의 재래시장은 대부분 퇴락의 길로 접어든지 오래됐고 경쟁력이 좀 남아 있는 곳도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크고 작은 동네 상권이 망가지면 상가 공간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지금도 상가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앞으로는 사정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내 놓고 있지만 별 의미가 없다.

소비자가 대형 복합몰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단편적인 처방으로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이렇게 되면 동네 일반 상권의 임대료와 상가 가격은 하락할 게 분명하다. 상가가 남아도는데 그렇지 않겠는가.

이는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박수를 칠 일이지만 상가 주인은 쪽박을 찾 수 있다는 뜻이다.

비싼 값에 분양받은 상가가 당초 예상한 만큼 임대료가 안 나오고 가격까지 떨어지면 상가 주인의

손해는 불가피해진다.

상가 투자자 중에는 은퇴 생활을 위해 갖고 있던 재산을 몽탕 털어 넣은 경우도 적지 않아 걱정이다.

여기서 수익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동네에서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도 그렇다. 공룡 유통망 때문에 할 만한 아이템이 없다.

웬만한 업종은 복합몰에서도 다 취급하고 있으니 마땅한 장사거리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복합몰이라고 임대료가 싼 것은 아니다. 매장도 크고 입주 조건도 까다로워 접근이 어렵다.

이런 곳도 대형 유통업체 간의 경쟁이 심한 지역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한정된 수요에 공급이 많으면 결과는 뻔하다.

대형 업체들의 전국 유통망 싹쓸이 현상은 과연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철저하게 따져봐야겠지만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은 분명하다.

대 자본이 소상인의 영역을 다 차지하는데 그렇지 않겠는가.

대형 복합몰은 엄청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유통업체는 수백 억원의 이익을 거둬가는 반면 일자리는 월 2백만원짜리 수준이니 얼마나 영향을 주겠느냐는 얘기다.

정부는 그런데도 공룡들의 무자비한 땅 따먹기 경쟁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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