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드(THAAD)와 올림픽 정신, 그리고 골프

입력 2017-04-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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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골프 대기자

스포츠는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신체 운동 경기를 말한다. 변화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스포츠는 경기 규칙에 따라 승패를 겨루는 신체적 활동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국제 올림픽 경기 대회(이하 올림픽)는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라는 표어를 정했다.

올림픽 정신을 보면 ‘대회는 승리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러한 올림픽 정신은 퇴색하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림픽이 국가 간 국력 과시의 전시장으로 변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국제 정치 사회에서는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과 이념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가장 비(非)정치적인 스포츠마저 본래 의미가 붕괴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은 중국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류가 무너지고, 관광이 철퇴를 맞는가 하면, 급기야 스포츠 분야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도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1971년 ‘핑퐁 외교’를 통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 정상화는 이젠 옛말이 됐다.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이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정지는 물론 롯데 제품 불매 운동, 그리고 유커(Youke, 游客)의 한국 방문 제한, 한국 연예인의 중국 공연 취소 등 경제뿐 아니라 관광, 연예, 문화를 넘어 스포츠까지 넘보고 있다.

전방위적인 중국의 사드 보복은 축구에서 시작됐다. 전세기(專貰機)를 이용하기로 한 축구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이 열리는 중국 후난 성(湖南省) 창사(長沙)로 이동하는 데 차질이 생겼다. 중국이 전세기 운항을 전면 불허하면서 대표팀이 전세기를 띄우지 못한 것이다. 대표팀은 아시아나항공과 협의를 거쳐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렸고,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골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바로 발동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중국골프협회(CGA)는 올해 남자 대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한·중 투어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그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일방적으로 내년 시즌으로 연기하자고 통보했다. 예정대로라면 6월 15일에 개막해야 한다. 대회를 3개월 앞두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대회 개최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KPGA는 후원사와 대회 장소를 모두 섭외한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결국 KPGA도 내년으로 대회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스타들에게 카메라 앵글이 맞춰진다. 야구에서는 홈런을 날린 타자, 삼진을 잡아낸 투수, 그리고 축구에서는 볼을 잘 넣는 공격수에게 카메라가 쫓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가 봐도 아주 치사한(?) 일이 벌어졌다. 다름 아니라 중국 하이난 성(海南省) 하이커우(海口)의 미션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SGF67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롯데가 후원사인 김해림(28·롯데)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현지에서 제작해 송출한 중국 CCTV는 김해림의 모자에 박힌 롯데 로고를 가급적 노출하지 않으려 했다. 이해하기 힘든 골프 중계를 했다. 우승을 앞둔 김해림의 모자는 아예 보여주지도 않았다. 특히 우승을 한 뒤에도 하반신만 보여주는 이상한 중계방송이 나갔다. TV를 지켜본 골프 마니아들은 중국관영방송인 CCTV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당시 CCTV는 우승 퍼팅 때 김해림의 발만 보여줬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에는 아예 먼 거리에서 화면을 잡았다. 김해림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후원을 받는 선수이다.

다만, 이번 주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중국 선수들이 불참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펑샨샨(馮珊珊)만 제외하고 중국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해 다행이다.

스포츠는 스포츠여야 한다. 스프츠가 정치적으로 오염돼서는 안 된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골프대회가 정치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서는 절대로 안 된다. 스포츠는 그냥 스포츠이다. 골프는 스포츠의 한 종목이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악용하는 것은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중국의 대국적이고 대승적인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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