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경영위기 사태가 미-일 외교 문제로 번질 것 같다...왜냐하면

입력 2017-03-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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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을 위해 온갖 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일본 도시바의 경영 위기 사태가 미국과 일본 양국의 외교 문제로까지 확대할 조짐이다. 29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한 도시바의 미국 원자력 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원전 사업이 미국 에너지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된 데다 현지 지역경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안보 위협에도 노출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 경제대화를 앞두고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도시바의 쓰나사와 사토시 최고경영자가 지난 14일 도쿄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사 상황을 설명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도시바의 쓰나사와 사토시 최고경영자가 지난 14일 도쿄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사 상황을 설명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도시바 산하 미국 원자력 대기업 WH는 29일 미국 연방 파산법 11조를 신청했다. 2015년 원자력 건설 서비스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건비와 재료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팽창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모회사인 도시바도 WH의 파산보호 신청을 승인, WH를 그룹에서 분리한 뒤 사업 구조 전환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WH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보 우려를 나타냈다. WH가 미군의 핵 항공 모함과 핵 잠수함에 원자로를 공급해온 만큼 납품 및 기술 유출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달 열리는 미일 경제대화에서는 아소 다로 재무상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통상 문제 외에 WH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앞으로 사업자 간에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미일 정부도 계속해서 정보 교환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사업이 국가의 안보 정책과도 관련된 만큼 양국 정부 사이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H가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WH는 미국 전력업체 스캐나와 서던컴퍼니의 원자로를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건설해왔다. 그러나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미국에서 원전의 안전 기준이 강화된 탓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이 비용을 어느 측이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도시바 측과 발주업체 간 법적 다툼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시바가 원전 건설에서 갑자기 손을 떼기로 하면서 서던과 스캐나의 원전 건설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원전 건설에서 철수하더라도 현재 건설 중인 서던과 스캐나의 원자로는 마무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원전 건설 비용을 원칙적으로 전기요금에 전가할 수 있는 ‘총괄원가방식’ 때문에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이미 전기요금을 18%나 올린 상태다. 이에 현지 주민들이 반발이 커지자 스캐나와는 2015년에 계약 조건을 바꿨다. 비용이 일정 수준으로 늘어난 후에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WH가 부담하도록 하는 ‘고정가격조건’으로 변경했다. 전기요금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새로 발생하는 위험은 고스란히 WH가 떠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WH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를 소유한 전력회사가 공사를 완성시키기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미국 소비자에게 또 전기요금을 전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9일 마감된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 지분 매각 입찰에는 약 10개사가 응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의 혼하이정밀공업, 한국 SK하이닉스 등 제조업체와 미국 실버레이크를 포함한 여러 해외 투자펀드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도시바 측의 요청에 따라 일본 정부계 펀드인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도 출자에 참여하기 위해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대만 기업이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군사용 기밀 정보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양안 만큼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기업이 인수에 나설 경우 매각 내용에 따라서는 계획 중단이나 변경을 권고할 방침이다. 혼하이정밀공업 같은 중국에 생산 거점을 가진 기업이 인수하면 중국 측에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NAND 플래시 메모리는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의 저장 장치에 사용된다. 기밀 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저장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도 사용, 사이버 공격을 방지하는 암호화 기술이 내장되어 있다. 만약 암호화 기술이 유출되면 일본의 데이터센터가 사이버 공격을 받기 쉽고, 기밀정보 유출 위험이 늘어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WH의 파산보호 신청과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은 도시바의 경영 문제를 넘어 미일 양국 정부까지 개입되는 외교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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