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모정으로 쌓은 3천개의 돌탑

입력 2017-03-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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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국제강 상무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고 마닐라 해안에 함포 사격을 막 시작하려던 때였다. 그때 한 해병의 옷이 바다에 빠졌다. 상사는 말렸지만 해병은 바다에 뛰어들어 자기 옷을 건졌다. 이 병사는 명령 불복종 죄로 군사 재판정에 서게 됐다.

재판장 듀이 장군은 “왜 물에 뛰어들었느냐”고 엄하게 물었다. 병사는 젖은 옷 속주머니에서 어머니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 듀이 장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병사에게 악수를 청했다.

“어머니의 사진 때문에 희생정신을 발휘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전쟁터에 나선 병사들에게 어머니의 사진은 무한한 마음의 안식처였음을 듀이 장군도 공감한 것이다. 병사는 사면(赦免)됐다. 핀란드 속담에도 ‘어머니가 만든 무명 셔츠는 따뜻하지만 남이 만든 양모 셔츠는 춥다’라는 말이 있다.

주말에 강원도 나들이를 했다. 그곳에서 한국 어머니의 모정을 만났다. 아직 찬바람이 두터운 오버를 여미게 하는데 ‘노추산 모정탑’에서는 옷깃보다 마음을 여며야 할 정도로 어머니를 생각하게 했다. 3000여 개의 돌탑은 산기슭에서부터 골짜기를 타고 올라 거의 3부 능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고(故) 차순옥 여사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26년간 홀로 쌓았다는 돌탑은 2011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그곳, 대기리 마을 주민들이 돌탑을 관리하고, ‘노추산 모정탑길’이란 이름도 차 여사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명명했단다.

지극 정성으로 쌓은 돌탑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지면서 모정을 헤아려 보려 노력했지만 해답을 얻기엔 너무 가슴이 먹먹했다. “니들이 모정을 알어?” 일행의 말이었지만, 오랫동안 어머님 계실 때 잘하라는 무언의 외침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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