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나의 아버지

입력 2017-03-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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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어….”

나의 아버지가 항상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다. 어린 시절 어쩌다 내가 이런저런 잘못으로 엄마에게 혼나다가도 아버지께 훌쩍거리며 띄엄띄엄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말씀드리면, 으레 그 한마디로 어머니를 맥 빠지게, 나를 안도하게 하셨다.

가끔 “그럴 수 없는” 잘못의 경우, 나의 종아리에는 단호한 훈육의 자국이 남곤 했다. 장성하여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푸념이나 불만, 불안한 미래 등을 이야기하면, 아버지는 늘 “그럴 수 있어” 하시면서 웃어 주시거나 구체적인 당신의 사례나 일화를 이야기해 주곤 하셨다. 나는 그렇게 공감해 주는 아버지가 좋았다.

약 10년 전만 해도 목욕탕에서 함께 몸을 담그고 “그럴 수 있어”로 시작되는 아버지의 공감과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잘 알아봐 주시기만 해도 감사하다.

나의 아버지는 현재 파킨슨병(Parkinson病)으로 인한 치매로 투병 중이시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헛것과 헛소리가 보이고 들린다. 인민군과 국군 그리고 목회자로 사셨던 그 파란만장(波瀾萬丈)했던 80여 년의 인생과 가족에 대한 기억을 점차 잃어가고 있으시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가족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의 압제(壓制), 그리고 생사를 넘나들던 한국전쟁과 기근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후손들에게 이렇듯 풍요로운 환경을 마련해 주신 대한민국의 어르신들 모두가 영웅이고, 모두가 승자이다. 하지만 세월이 가니 노화와 치매의 거센 바람 앞에 서 있는 위태한 촛불일 뿐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의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치매란 질병에 대한 이해나 대비가 부족하다.

직접 겪어 보니, 조기검진을 통한 발견과 가족 간의 인간적, 의료적, 심리적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데 무엇보다도 금전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가장 앞선다. 한 명의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약 2000만 원, 나라 전체로 11조 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2050년에는 노인 7명 중 1명이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다 하니, 가히 전염병 수준이다.

답은 한 가지이다. 국가, 사회, 가족이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가장들의 단호한 실천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간병, 치매보험 가입은 기본이고 평소 절주, 금연은 물론 무엇보다도 운동이나 일상의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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