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우리는 공화국의 시민이다

입력 2017-03-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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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8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이번 주 금요일인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에 할 것임을 발표했다. 하지만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가 인용되든 기각되든 간에 혼란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촛불을 든 세력은 탄핵 인용(認容)을, 태국기를 두른 세력은 탄핵 기각(棄却)을 외치며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양쪽 모두 탄핵 결과에 승복할 마음은 없는 것 같다. 경찰은 탄핵 결과에 불만을 품은 쪽의 소요를 우려해 서울 지역에 비상등급 중 최고 단계인 ‘갑호’를 발령했다.

이런 현실을 두고 대한민국이 ‘두 개의 나라’가 되었다고 평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두 개의 나라가 된 지는 이미 오래전인지도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 서울과 지방, 부자와 가난한 자, 사용자와 근로자, 진보와 보수 등으로 나뉘어 모든 사안과 사고마다 갈등과 분열이 만연해 있다. ‘정치’는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도리어 조장하고 이용할 뿐이었다. 여기서 필자는 ‘공화국(共和國)’의 위기를 느낀다.

헌법 제1조 1항에서 천명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가 국가를 “공중(公衆)의 것(res publica)”이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하였다는 공화국은 군주가 통치하지 않는 국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화국의 핵심 가치인 공화주의는 국가라는 정치 공동체가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들로 구성될 것을 전제로 하고, 이들을 ‘시민(市民)’이라고 칭한다. 여러 사람이 공동(共同)으로 화합(和合)하여 일을 행한다는 ‘공화’라는 단어의 의미대로 공화주의는 시민이 공공선(公共善)의 실현을 위하여 공적 사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갈등과 분쟁을 해결해 가는 정치 체제이다. 이미 마키아벨리가 지적했듯이 공화주의는 ‘국론 분열’이라는 이유로 다른 목소리를 부정하기보다는 갈등을 인정하고 오히려 갈등의 최적화를 통해 공동체 내부의 힘을 모아내아 한다고 본다.

문제는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공화정(共和政)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시민적 덕성(德性)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각 세력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주장만을 고수하고 추구하는 국가를 예로 들어보자. 멀리 가지 않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보자. 이런 공동체는 혼란과 분열 상태에 빠지게 되고, 심한 경우 내전 상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 결국 시민들이 각자의 이익과 주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는 파국만을 가져올 뿐이다.

공화주의는 공존과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공동체 전체에 이익이 되고, 모든 시민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시민적 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적 덕성은 시민들이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는 공동선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복무하려는 자질을 의미한다. 또 다른 시민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정신을 핵심으로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도 다른 시민의 생각과 사상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시민적 덕성에 포함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정치적 우애’라고 표현했다.

필자는 이번 탄핵 결정이 서로 생각이 다른 시민들 간의 상호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이 성숙한 시민적 덕성을 통해 진정한 공화국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탄핵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개헌에 관한 논의를 할 때, 통치 구조에 대해서만 상의하지 말고,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동료 시민에 대하여 가져야 할 자세 내지 의무에 관한 협의도 하였으면 한다. 지금의 헌법은 국가와 국민 간의 권리와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고, 국민 상호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사견으로는 공화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국민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선언적 규정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헌법에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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