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속수무책’ 중국 사드 보복, 우리의 해법은

입력 2017-03-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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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부장

중국의 사드 보복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가. 작년 7월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시점부터 중국의 보복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한한령에서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제 전방위적으로 확산돼 더 이상 국가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묘하고도 조직적인 여론전으로 보복 수위를 높여가는 중국에 우리나라는 속수무책이다. 이쯤되면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진핑 정권이 노리는 건 ‘체제 유지’이다. 다시 말하면 ‘체제 붕괴’를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집권 1기 동안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고자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온 시진핑 국가주석은 2기 출범을 앞두고 1인 지도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올가을 공산당대회에서 최고지도부를 대거 물갈이한다.

문제는 경제다. 고속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 성장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로 인해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나면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성인이라면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89년에 일어난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참사를 기억할 것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계엄군이 탱크와 장갑차로 밀어붙이며 대규모 사상자를 낸 톈안먼 사태는 주요 2국(G2)의 한 축인 중국으로서는 치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매 주말 서울 명동을 비롯한 명소의 골목 골목을 메우는 ‘유커’와 ‘싼커’란 이름의 중국인들이 바로 톈안먼 사태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온 이들이다. 주목할 건 이들이 한국에 와서 받았을 문화적 충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우리나라에선 작년 10월부터 매 주말이면 10만 명 이상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를 한다. 가족, 친구, 동료가 삼삼오오 무리 지어 콘서트장을 찾은 듯 즐거워 보인다. 무력과 폭력이 난무하던 톈안먼 사태의 아픔을 기억하는 중국인들에게 이처럼 축제를 방불케 하는 한국의 시위 문화는 어떻게 비쳤을까.

세계는 ‘아랍의 봄’을 기억한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중동 전역으로 퍼지면서 장기 독재 정권을 줄줄이 몰락시켰다. 비록 ‘이슬람국가(IS)’라는 괴물을 탄생시켰지만, 억압된 중동에 민주화의 싹을 틔운 역사적 사건이다.

시진핑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공산당 1당 체제인 중국에 한국의 평화적인 촛불시위는 그 어느 테러보다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로 사회적 불안이 커진 가운데 자본주의, 특히 한류에 젖은 중국인들이 한국의 시위 문화까지 자국에 들여온다면 그동안 지켜온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드로 국론이 분열된 우리나라에 사드 보복은 중국에 있어서 좋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미국은 사드 배치 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유력 대권주자는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의 국론이 분열될수록 중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의미 있는 존재다. 한국은 중국의 두 번째 무역상대국이자 해외 투자의 큰 자금원이다. 경제가 둔화하는 와중에 한국처럼 상호 의존도가 큰 관계를 훼손하면 중국에도 타격은 적지 않다.

중국으로서는 사드가 미중 전략 경쟁과 관련된 사안인 데다, 집권 2기 출범을 앞둔 시진핑 주석의 위신이 걸린 문제인 만큼 협상 테이블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심리전에 말려들어 강대강으로 맞대응해서는 안 된다. 정치·외교적 갈등이 민간에까지 파급되지 않도록 촉구하면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 또한 미국을 통해 중국에 사드 보복을 중단하도록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이달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 장관과의 대화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지도자들은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외교력을 강화, 사후적으로나마 사드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 한다.

얼어붙었던 광화문에도 봄은 오고 있다. 그러나 톈안먼의 봄은 아직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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