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 한국 불평등 구조의 특징과 의미

입력 2017-02-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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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한국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부실한 조세 제도, 기초 통계의 부족, 높은 지하경제 비중 등으로 인해 불평등 정도와 구조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소득분배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 통계인 소득지니계수는 2014년 12월 기준 0.302로 독일, 프랑스와 비슷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불평등과는 크게 괴리가 있다. 피케티 방식으로 알려진 소득세 자료를 기초로 한 소득집중도는 과세되지 않는 소득이 많고 기초통계가 미비되어 있어 작성자에 따라 통계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일관성 있는 국제 비교 등을 위해 피케티 방식의 소득집중도 통계가 의미가 있다. 여기서는 피케티 방식으로 한국의 소득집중도 통계를 최초로 만든 김낙연 교수의 자료를 기초로 살펴본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 등이 포함된 종합소득 기준으로 2010년에 한국의 소득집중도는 상위 0.1%가 4.46%, 상위 1%는 12.97%, 상위 10%는 48.05%로 나타났다. 상위 0.1%와 1%의 소득집중도는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미국보다 낮으나, 상위 10%는 미국보다 높다. 특히 한국은 주택임대소득이 거의 과세되지 않고 있어 이를 반영할 경우 상위 10%의 집중도는 50%를 훨씬 넘어 세계 최고일 듯하다. 한국은 상위 0.1%와 같은 최상위층보다는 상위 10%와 같이 약간 넓은 계층의 소득집중이 더 심각하다. 20세 이상 인구 기준 상위 10%의 규모는 370만 명 정도로 재벌과 기업의 경영진부터 임대사업자, 의사 등 전문직, 성공한 정치인과 관료, 판검사와 교수, 금융기관과 공기업 직원, 대기업 정규직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들의 높은 소득은 기업 활동이나 시장에서의 경쟁보다는 불공정한 법과 제도, 과보호나 단결된 힘에 주로 기인한다. 많은 재벌과 기업인은 정치권과 관료, 언론과 학계 등을 포획하여 불공정한 소득을 늘리고 부를 대물림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 부동산 과다 보유자는 주택임대소득 비과세와 낮은 보유세 등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의사 등 전문직은 정원과 업무 영역의 보호를 통해 고소득을 얻고 있다. 판검사, 관료와 교수, 공기업 직원 등은 정부 예산의 직간접적인 지원과 퇴임 후 전관예우 등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 임직원은 금융기관의 신규 진입 금지, 대기업 정규직은 단합된 힘이 고소득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렇게 국민 경제의 성과를 기여한 것 이상 가져가는 계층은 수가 많고 여론 주도층이기 때문에 불평등을 완화하기 더 어렵다. 반대로 재벌 탓, 정규직 노동자 탓 등 남의 탓으로 돌리기는 아주 쉽다. 불평등의 원인이 주로 법과 제도의 불공정성이기 때문에 불신과 불만도 커진다. 서로서로를 믿기 어려워져 사회의 신뢰 수준이 낮아진다. 이는 사회적 자본을 떨어뜨려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가를 막고 경제 성장을 더디게 한다. 상위 10%가 국민 경제의 성과를 50% 이상 가져가면 90%의 다수는 나머지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어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또한 한국의 좋은 일자리는 주로 전문직, 교수, 공공 부문 등이기 때문에 경제가 좋아져도 쉽게 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불평등 문제는 고비용 구조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부동산에 대한 특혜는 집값, 집세, 상가임대료 등을 높여 많은 사람을 어렵게 한다. 그리고 상위 10%에 해당하는 직업은 대부분 좋은 대학 입학과 시험 합격을 통해 얻어진다. 다수 국민이 무리하게 교육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높은 대학 진학률, 과다한 사교육비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의 불평등은 그 자체가 문제일 뿐 아니라 저성장, 괜찮은 일자리 부족, 고비용 구조 등 한국 경제의 여러 어려움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불평등의 완화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재벌뿐 아니라 임대사업자, 전문직, 관료와 교수, 공무원과 공기업 등 여러 기득권층의 개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 어디부터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까가 중요한 과제이다. 개혁 대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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