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이영애, 흥행 보증수표일까?

입력 2017-02-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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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500년 전 사임당도 지금 5만 원권에 박제된 듯한 모습을 원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여자로서의 사임당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새 인물로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국내외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는 강렬했다. 스타 이영애의 화려한 귀환이다.

1월 24일 열린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제작발표회장에 등장한 이영애에 대한 대중매체의 취재 열기와 1월 26일 방송된 1, 2회에서의 이영애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의 엇갈린 반응을 보면서 스타 캐스팅의 문제를 절감한다.

“‘도깨비’ 흥행 법칙은 브로맨스” “재난 영화의 흥행 공식”….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문화상품과 관련한 기사나 글 중 가장 황당무계한 것이 ‘흥행 공식’에 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흥행 공식은 없다. 만약 흥행 공식이 있다면 망하는 드라마나 영화, 음반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영화 등 문화상품은 일반 상품처럼 명백한 물질적 욕구가 아니라 미적, 표현적, 오락적 욕구와 관련돼 있다. 문화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효용은 다중적인 문화적 가치와 관련돼 있어 명백하게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문화상품은 비소모재, 비반복재, 경험재, 사치재적 성격까지 더해져 수요를 미리 추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제작자들은 성공한 상품 모방, 속편 전략, 다른 미디어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 재가공, 비평가 시장 활성화, 다양한 창구를 통한 위험 분산 등 갖가지 수요 안정화 전략을 구사한다.

스타 캐스팅도 수요 안정화 전략 중 하나다. 스타에 대한 소비자의 감정적, 정서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줌으로써 문화상품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는 고정적인 수요자로 기능하는 수많은 팬을 확보한 데다 홍보나 광고효과가 좋다. 이 때문에 ‘스타는 흥행 보증수표’라는 말이 나오고 제작자들은 엄청난 출연료를 제시하며 스타를 캐스팅하려 한다.

하지만 ‘묻지마 스타 캐스팅’은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낸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과 캐릭터의 성격, 연기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스타만을 캐스팅해 작품을 망치는 것이다. 장르, 스토리 전개, 캐릭터의 성격, 연기자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작품과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데도 오로지 인기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스타를 캐스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스타의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에 문제가 있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스타가 흥행 보증수표가 아닌 흥행 부도수표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사임당, 빛의 일기’의 주연 이영애는 어떨까. 1990년 초콜릿 광고를 통해 연예 활동을 시작한 후 1993년 드라마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로 연기자로 데뷔한 이영애는 그동안 연기력으로 시청자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는 화장품 등 CF에서 ‘산소 같은 여자’라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 스타덤에 올랐다. 스타, 그것도 최고의 한류스타로 부상시킨 ‘대장금’에서조차 이영애에 대한 연기력은 높이 평가받지 못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 1, 2회 방송 후 이영애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현대와 조선시대를 오가며 대학 강사 서지윤, 사임당이라는 1인 2역을 연기하는 이영애는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넣지 못해 이영애와 캐릭터가 분리된 느낌인 데다 대사 연기에서부터 표정 연기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했다. 그녀가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연기력을 배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을 망치며 흥행 부도수표로 전락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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