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정경유착과 경제불안

입력 2016-12-02 11:01 수정 2016-1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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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려대 총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나라가 혼돈에 빠졌다. 국민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를 연이어 열며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야당과 여당 일부 의원들이 추진한 탄핵이 불투명하게 되면서 정국이 더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다. 언제 어떻게 국정이 정상화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정부 관료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의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의 임명이 불투명해 경제정책은 표류 상태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권력형 비리의 재앙이다.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한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해 안종범 청와대 수석 등은 기업들에 기금 출연을 초법적으로 강요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다. 기업들은 반대급부로 기업 총수의 사면, 경영권 방어, 세무조사 무마 등의 민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크다.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최순실 등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취함에 따라 국가시스템이 흔들려,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관건은 대통령의 뇌물죄 여부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에 대한 비리 의혹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강화를 도운 바 있다. 국민연금이 이와 같이 삼성그룹을 도운 것은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에 대한 대가로 청와대 등의 지시에 따랐다는 의혹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3자 뇌물죄의 피의자가 되어 중형을 받는다. 이외에도 SK그룹과 롯데그룹의 면세점 허가를 둘러싼 정경유착 비리도 사실일 경우 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의혹받는 기업인이 한둘이 아니다. 삼성, SK, 롯데는 물론 현대자동차, 한화, 한진 등 주요 그룹의 회장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국회 국정조사, 특검수사 등에 줄줄이 소환되어 추궁받을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 사법 처벌도 받을 수 있다. 기업경영의 차질과 경제불안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정경유착의 틀 안에서 성장했다. 따라서 태생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정경유착은 정통성이 부족한 정치권력과 경제를 독점하고 싶은 기업들이 형성한 비자금과 이권을 주고받는 비리 공생 체제이다. 이러한 체제하에서 정경유착 관련 기업들은 사업의 인·허가, 금융과 세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그리고 다수의 계열 기업을 거느리는 제왕적 총수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렇게 되자 해당 기업들은 정치권력이 뭔가를 요구했을 때 거부하기 어렵다. 특히 각종 사업의 인·허가, 세무조사 등에서 특혜 대신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커 보험으로 정치권력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경유착 체제의 기업 성장이 한계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최근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잃어 붕괴 위험에 처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물량공세에 속수무책이다. 정부의 지원책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이다. 자칫하면 기업들이 경제를 안고 쓰러지는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이대로 가면 큰일이다. 경제가 추락의 위기를 맞고 민생은 파탄이 난다. 국회는 대통령의 퇴진을 조기에 매듭지어 정국부터 안정시켜야 한다. 동시에 과도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한시바삐 정상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부총리와 경제팀을 확실하게 정해 경제정책과 운영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조기에 실시해 새 정부가 나라발전과 경제회생을 꾀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로 중요한 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경유착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의 암세포가 다시 분열한다. 돈 안 드는 선거, 권력 남용 방지, 국정운영의 투명화 등 관련 정치개혁과 정부개혁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재벌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 시장독점과 불공정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기업들도 잘못을 정직하게 밝히고 불법상속, 경영세습, 뇌물공여, 분식회계 등의 비리를 척결해 권력의 요구를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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