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트럼프 리스크, 對美 통상 환경 크게 악화 우려”

입력 2016-11-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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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산업연구원장

“트럼프 당선자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의 대미(對美) 통상 환경과 세계 무역 환경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미국 제조업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 원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력산업의 대미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기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예고했다. 미국이 통상 압력을 강화할 경우 가뜩이나 수출 동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중국을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주범으로 인식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 각국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글로벌 교역이 얼어붙게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재앙’이라고 부르며 전면 개정을 주장해 왔다.

유 원장은 트럼프가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대해 “한·미 FTA 철회나 재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제한 조치는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한·미 FTA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재검토와 연계해 서비스 산업의 조기 개방 요구가 증대될 수 있다.

유 원장은 “일단 트럼프 당선자는 TPP 등을 반대하고 있어 아직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미 FTA 재검토와 TPP 재협상 등을 추진할 경우 미국은 의료와 같은 서비스업, 지적 재산권 보호, 국영기업 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지적 재산권 관련이 많은 의약품, 소프트웨어 산업, 국내 공기업이 관여하는 정부 조달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상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역수지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최근에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정치·사회적으로 보호무역 요구의 목소리가 커져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유 원장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미국 제조업이 해외 저가 수입품과의 경쟁으로 인해 고용과 임금에서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보호주의의 논거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미 FTA 효과를 미국 측에 알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이 한·미 FTA가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 적자를 감소시키고,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증가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TPP 협상으로부터의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멕시코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을 주장했지만 실제 이런 공약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면 미국 의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국익 최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국내 주요 수출 업종인 자동차·전자·철강 등의 업종에 타격이 올 수 있다. 미 대선 이후 세계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유 원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은 철강, 가전,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자국 내 산업의 피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이들 품목의 대미 수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불공정무역 조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 제소 등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국내 산업의 기술력 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뒤 8월 반등했으나 다시 9월(-5.9%)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0월 수출액 역시 41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2% 줄었다.

한국이 직면한 ‘수출 절벽’을 돌파하고 한계에 봉착해 있는 제조업의 경쟁력 복원을 위해 유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통상 로봇·3차원 프린팅·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의 분야에 집중된 최근의 기술 진보를 지칭하는 용어다.

수출 부진에 내수 둔화가 겹치면서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 판도를 뒤바꿀 4차 산업혁명의 파고도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처음 제시된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는 데 대해 유 원장은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 역량의 강화와 상시적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기업들이 혁신형·융합형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와 선제적 M&A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주요국들은 국가적 미래발전 정책 노력의 하나로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이를 활용한 산업생태계의 발전과 경제·산업 비전 및 정책방안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우리 경제와 같이 제조업의 비중과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국가 간 경쟁에서 장기적으로 낙오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의지와 실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원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과 생산성”이라며 “물질 자본보다 지식과 사회자본을 앞세우고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회 제도와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유 원장은 “정치 논리 중심이 아닌 시장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노사협력을 통해 호황기에 누적된 고비용·저효율 생산 체제를 쇄신해야 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더욱 전략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유 원장은 대내외 여건 변화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교역 대상국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무역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량 중심보다 ‘글로벌 가치사슬’로 수출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병규 원장은

유병규 한국산업연구원장은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또 한국경제학회 경제교육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과 산업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유 원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초빙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지속발전분과장 등을 거치며 경제 분야 연구 경험을 쌓았다. 지난 5월 산업연구원장으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3년이다.

△한국경제학회 경제교육위원회 위원 △한국생산성학회 부회장 △민주평통자문회의 경제과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방문연구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전문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전무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 지원단장 △제20대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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