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성장절벽의 공포

입력 2016-11-04 11:04 수정 2016-11-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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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은 전 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이로써 지난해 4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연속 0%대를 기록했다. 0.7%의 성장도 내용이 부실하다. 3분기 건설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1.9%나 늘었다. 따라서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6%포인트나 된다. 한편 3분기 정부 지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정부 지출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다. 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과 추가경정 예산 편성이 없었다면 사실상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1%다. 경제가 성장절벽을 맞은 상태에서 최순실 사태까지 터졌다. 국가운영 체계가 흔들리는 정치 위기로 인해 경제가 방향을 잃고 좌초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절벽은 고용절벽, 부채절벽 등 다른 절벽현상을 가져온다. 우선 고용절벽의 우려가 보통 큰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로 인해 근본적으로 고용창출 능력이 낮다. 대기업들이 설비의 자동화와 기계화를 대규모로 추진해 일자리를 줄였다. 더구나 고임금과 노사분규 등을 피해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많이 해 고용 공동화 현상까지 유발했다. 최근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무너지면서 성장절벽에 부딪쳐 대기업이 아예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대신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대기업이 실업자를 쏟아내자 근로자 해고의 낙수현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서 나타나 경제 전체가 고용대란에 휩싸였다.

고용대란은 올해 들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는 4월, 5월, 6월에 각각 4만8000명, 5만 명, 1만5000명 증가하다, 7월, 8월, 9월에 각각 6만5000명, 7만4000명, 7만6000명 감소했다. 고용절벽의 기울기가 회복 불능의 속도로 가팔라지고 있다. 더욱이 고용절벽으로 인해 생계형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취업하지 못해 빚으로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등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금액은 8월 말 기준으로 총 333조1000억 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11.5%나 늘었다. 생계형 가계부채가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중심으로 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향후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장절벽은 기업부채를 늘려 기업들을 부도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총 2400조 원 규모로, 2년 전에 비해 200조 원 이상 늘었다. 기업부채가 늘자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정보 제공업체인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영업이익과 금융비용을 공개한 1352개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 기업이 413곳에 달한다. 10곳 중 3곳이 부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좀비기업들은 철강, 해운, 건설 등 주력산업에 집중해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흥아해운 등 해운회사를 필두로 동부제철, 동양철관 등 철강회사와 두산건설, 남광토건 등 건설회사들이 줄줄이 좀비기업 대열에 서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들도 영업실적이 부진해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3분기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SKT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9.7%, 22.5%, 13.5% 감소했다. 성장절벽으로 인한 기업부실의 쓰나미가 우량 대기업까지 덮치고 있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가권력의 공백 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며 경제정책도 동력을 잃고 있다. 성장절벽이 지속하면 큰일이다. 경제는 침몰하고 국민은 살길을 잃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연쇄부도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등한시하고 자금을 지원해 부실을 연명하는 정책을 폈다. 이제 구조조정에 남은 시간이 없다. 그런데 국정은 표류 상태다. 새 부총리는 경제팀을 다시 구성해 경제개혁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발전 체제를 구축해 성장동력을 빨리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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