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형은행들] “2008년 금융위기도 시작은 은행”

입력 2016-09-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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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유럽500 금융지수 이달 들어 4.2% 떨어져… 브렉시트 충격 이후 가장 부진

독일 도이체방크와 미국 웰스파고가 촉발한 시장 혼란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2008년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의 붕괴에 따른 연쇄작용으로 미증유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대규모 감원과 헤지펀드들이 도이체방크에 발을 빼고 있다는 소식, 웰스파고 스캔들 등 온갖 악재가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 위기의 서막이 열린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시작은 은행들이 흔들리면서부터였다. 당시, 1년 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간신히 잠잠해지나 싶었으나 베어스턴스를 필두로 대형은행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최악의 경제 위기의 막이 올랐다. 월가 5위 투자은행이던 베어스턴스는 2008년 3월, 주당 2달러에 JP모건체이스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주당 140달러에 거래되던 베어스턴스가 하루 아침에 몰락한 것이다. 이는 악몽의 시작에 불과했다. 같은 해 9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도미노처럼 금융기관들이 무너졌고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런 금융위기 학습 효과로 인해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9일 혼란의 단초가 된 건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였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날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오는 2020년까지 96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직원의 약 5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헤지펀드들이 도이체방크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뜩이나 초조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미국 최대 모기지대출은행인 웰스파고가 ‘유령계좌’ 스캔들로 윤리성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2008년 위기 이후에 소매영업을 중심으로 은행 경영 성공사례로 꼽혀왔던 웰스파고의 경영방식이 사실상 허상에 불과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베어스턴스와 리먼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월 이후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증발했다. 도이체방크 문제에 투자자들은 다른 유럽 대형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유럽 대형 금융기관 주가 추이를 종합한 블룸버그유럽500은행·금융서비스지수는 이달 들어 4.2% 빠졌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충격에 휩싸였던 6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 것이 은행들이 부진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다. 도이체방크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 은행이 지닌 위치를 감안하면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싱크탱크 독일경제연구원(DIW)의 마르셀 프라체 대표는 “도이체방크는 독일 유일의 글로벌 은행”이라며 “독일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새 규정으로 공적자금에 의한 구제가 어려워졌다. 독일 정부도 올해 이탈리아 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자국 대형 은행을 구제하려는 시도를 저지해왔다.

배준호 기자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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