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어느새 역전된 한-미 금리

입력 2016-08-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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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기 금리의 최근 하락 추세가 매우 우려스럽다. 요즘은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의 경우 수익률이 거의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년 6월 하순까지 1.6%대를 기록하던 10년물 수익률은 6월 말에 급락하기 시작해 충격적인 1.4%대로 진입한 데 이어 어느덧 1.4%도 무너지고 1.3%대로 진입하고 말았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0년물 금리가 1.3% 수준이라니….

반면 미국의 10년물은 최근 오히려 상승 추세를 보여 현재 1.5%를 넘어 1.6%대로 올라설 기세이다. 즉, 장기 금리에 관한 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먼저 금리의 기간 구조(Term Structure)를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단기 금리는 미국보다 높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1.25%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25~0.5%보다 아직 높은 편이다.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만기가 짧은 경우, 예컨대 2년 만기 금리는 미국이 0.7%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24% 정도로 금리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만기가 길어질수록 그 격차는 줄어든다. 만기 5년 국채 수익률의 경우 미국은 1.08%, 한국은 1.26%로 격차가 좁혀지다가 10년물의 경우 미국은 1.53%, 한국은 1.36%로 역전되어 버리고 만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1년짜리 단기 금리는 1.25%인 데 반해 10년물 장기 금리가 1.36%로 금리 격차가 겨우 0.11%포인트 수준에 불과한 반면 미국의 경우 장·단기 금리 격차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장·단기 금리가 거의 같아지는 현상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즉 장기 금리가 변동이 거의 없는 가운데 단기 금리가 올라가 금리 격차가 없어지거나, 또는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훨씬 빠른 속도로 떨어져 금리 격차가 없어지는 두 가지 경우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문제가 더욱 심각한 후자에 속한다. 장기 금리의 움직임을 역사적으로 들여다보면 추세가 너무나 뚜렷이 나타난다. 2008년 1월에는 6.0%이던 10년물 금리가 2009년 초에는 5.1%, 2010년 초 4.9%, 2011년 초 4.6%, 2012년 초 3.7%, 2013년 초 2.9%로 계속 급락하다가 2014년 초에 3.6%대로 반짝 상승한 뒤 2015년 초 2.2%로 다시 급락해 2016년 현재 1.3%대까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 성장의 잠재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앙은행의 정책적 금리 결정과는 비교적 무관하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 금리의 하락은 투자 기회가 점점 축소되는 반면 투자 자금은 점점 지나치게 풍부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더하여 장·단기간 금리 격차가 사라지는 현상은 먼저 우리나라의 향후 물가상승률이 거의 0%에 수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1년짜리 금리나 10년짜리 금리가 같게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점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가 나빠지면 향후 금리는 더욱 떨어질 것이므로 현재의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장기물 국채에 돈이 계속 몰리기 때문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 금융시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은행은 예대마진이 사라져 수익성이 악화하고, 보험권은 예전에 팔아놓은 고금리 상품에 따른 역마진 때문에 존립 위기에 몰린다. 예금자들은 예금 이자가 줄어들고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니 외국 투자자들은 환차익만 챙기고 나면 언제든 한국을 떠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기 금리 하락이 심각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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